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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플랫폼 업체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재진 중심 현행 시범사업안 그대로 법제화가 될 경우에도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인데, 국회에선 이보다 더 보수적으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현재 플랫폼 업계는 “사업 의지 자체가 꺾였다”며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기존에 발의된 의원안 5건과 복지부가 제출한 정부 의견을 병합 심사했지만, 끝내 결과를 내지 못했다.
당초 업계에선 이날 의료법 개정안이 무난히 법안소위를 통과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앞서 복지부가 시범사업안을 토대로 만든 정부안을 갖고 국회를 설득해 왔고,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법안소위 결과는 전혀 달랐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법안소위에서 복지위원들의 전반적인 비대면진료 법제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같았다. 하지만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여러 부작용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아직 법안에 마련되지 않았다고 봤다.
예컨대 현재 시범사업에선 재진 중심으로 비대면진료가 운영되고 있는데, 아직 초진과 재진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여러 부작용이 발견되고 있는 만큼 해결책을 더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더불어 일부 의원은 비급여로 처방되는 고위험약을 비대면진료 처방제한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서도 제출, 복지부가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시범사업안 보다도 더 보수적으로 법안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복지부가 만든 정부안을 보면 대부분의 내용은 현행 재진·의원급 중심의 시범사업안과 비슷하다. 다소 달라진 건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명시다. ‘비대면진료중개매체’라는 명칭으로 플랫폼 업체들을 정의하고, 사업을 하려면 복지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플랫폼 신고제’도 포함시켰다.
이날 법안소위에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플랫폼 업체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법안소위에선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플랫폼 앱들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과 플랫폼 신고제에 대한 문제 제기도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이번에도 국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만큼 향후 의료법 개정안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당장 오는 10월 국정감사가 있는데다, 11월 예산 심의, 내년 총선까지 이어지는만큼, 법제화 시기를 예상하기 쉽지 않아졌다.
이를 바라보는 플랫폼 업체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이미 초진을 제한하는 시범사업 시행 이후 하나둘 사업을 접고 있는 플랫폼 업체들은 이미 ‘반포기’ 상태에 이른 상태다. 더욱이 이날 법안소위 마저 의원들이 더 보수적으로 법안을 개정하려는 모습을 보니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A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정부안대로 가는 것에 대해서도 국회에선 불만이고, 마치 플랫폼을 다 배제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계도기간이 끝나는 오는 31일 이후부터 국내 플랫폼 업체들의 사업 종료나 전환이 릴레이로 이어질 거다. 업계는 이미 사업 의지가 꺾인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구체적인 비대면진료 통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3600만건 이상 누적된 비대면진료 데이터를 지역별, 초·재진별, 급여·비급여 등 세부적으로 분류해 분석하면 실질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법제화 과정에서도 실용성 있게 쓰일 수 있다”며 “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아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