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스크 반갑지만 백신 피해자 잊혀질까 두려워요”

김범준 기자I 2023.01.31 16:19:09

정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시행 이후
서울 청계광장 ‘코로나 백신 피해자 분향소’ 1년
천막 지키는 유족…마스크 벗었지만 상복은 못 벗어
“외롭고 긴 싸움돼도 백신 피해 규명 노력 계속”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마스크를 벗고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으로 일상으로 돌아가면 저희(코로나19 백신 피해자)들도 점차 잊혀지겠죠. 마스크를 벗는 건 반갑지만, 계속 코로나 백신 피해를 알리기엔 외롭고 긴 싸움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시행된 정부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839일 만에 권고로 하향된 지난 30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코백회)’ 합동분향소는 차분했다. 조문객 방문이 뜸해진 분향소는 약 80명의 영정 사진만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행인들은 여전히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추위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이곳 앞을 지나쳐 갔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첫날인 지난 30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코백회) 합동분향소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 부모 여의고 매일같이 분향소 지켜…“백신 피해 규명”

스스로 ‘분향소 문지기’라고 소개한 코백회 회원 최병묵(60)씨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처럼 마스크도 오래 착용하면 화학물질에 따른 호흡기와 피부 질환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한다”며 “뭐든지 급하고 과한 건 좋지 않은데, 정부가 강제해 개인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제한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2021년 정부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패스’ 시행 등 사실상 백신 접종 강제로 원치 않았지만, 일상생활을 위해 자신의 어머니도 2차 접종을 했다고 전했다. 이후 그의 어머니는 급격한 건강 악화로 병원과 코로나 격리 요양시설을 전전하며 고된 투병 생활을 약 1년간 이어가다가 결국 지난해 4월 심혈관 질환과 폐렴 등의 사인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어머니의 투병 기간 수술비와 간병비 등으로 쓴 돈만 1억원이 넘는데,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해 정부로부터 장례지원금 한 푼조차 지원받지 못했다고 한다. 대학에 출강해 시각디자인 강의를 해오던 최씨는 본업도 제쳐 두고 지난해 코백회에 합류해 현재 거의 매일같이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최씨는 “충분히 임상 검증되지 않은 코로나 백신을 정부가 급하게 모든 국민에게 접종을 사실상 강제해서 돌연사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며 “저 개인적으로 마스크 역시 백신과 함께 전면 해제하고 개인의 선택에 맡기며 자연적인 면역체계 형성이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분향소 천막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용석현씨도 “코로나 백신에 따른 선친의 피해 사실을 규명하고 싶다”면서 “저희 아버지는 평소 큰 질환 없이 건강하셨는데 코로나 백신 접종 이튿날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셨다. 당시 51세로 한창 왕성하고 정정한 나이셨는데…”라며 이내 말끝을 흐렸다. 용씨는 그렇게 여읜 아버지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강원도 본가에서 이곳 서울 청계광장을 오가며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첫날인 지난 30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코백회) 합동분향소에 조문을 하는 시민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발걸음이 뜸한 모습이다. (사진=김범준 기자)
◇ 발길 뚝 끊긴 코로나 백신 피해자 분향소

코백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코로나 백신 부작용 사망자는 총 1930명이다. 환자 상태가 사망으로 변경된 경우를 포함한 누적 사망자는 2545명이다. 전체 이상반응 누적 신고 건수는 48만2253명에 달하며, 주요 이상반응 신고 건수는 1만9446명이다.

지난해만 해도 조문이 이어졌던 청계광장 분향소는 최근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개방하는 분향소 내 부의함을 통한 모금액은 1주일 평균 1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최씨와 용씨 같은 회원들이 회비 격으로 모금함에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코백회 측 설명이다. 분향소와 관련 집회는 정부 등 지원 없이 일부 회원들이 월 5만원씩 모은 돈으로 겨우 꾸려가고 있다.

최씨는 “코로나 백신 피해를 밝히는 과정은 결국 피해자 개개인별 상황이고, 아직 이렇다 할 정부의 제스처와 변화가 없는 제자리걸음”이라며 “온 국민이 코로나와 마스크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그날이 오듯, 언제가 될지 몰라도 백신 피해를 인정을 받는 날까지 외롭고 지루한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처음 확산한 2020년부터 정부의 백신 접종 강제 이후 가족 또는 친인척이 돌연사했다며 인과성을 주장하는 피해자 유가족 등이 모인 코백회는 지난해 1월11일부터 청계광장 앞에 ‘1호 분향소’를 마련하고 같은 해 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다. 같은 달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맞은편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코로나 확진 사망자와 백신 부작용 피해자 및 방역 피해 자영업자 등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코로나19 진상규명 시민연대(코진연)’와는 다른 단체다.

코백회는 자신들이 코로나 백신 피해를 알리는 구심점이자 정치권 논리 개입이 없는 순수한 단체라고 강조했다. 활동회원 약 229명, 전체 회원 1600여명으로 이뤄진 코백회는 격주 토요일마다 청계광장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에 따른 사망 인과성 인정과 이에 따른 지원과 행정적 조치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코백회는 토요집회를 현재까지 25회에 걸쳐 진행했다. 코백회는 이달 청계광장 분향소 1주년을 맞아 다음 달 11일 총회를 열고 앞으로 계획과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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