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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는 11일로 단식 엿새 차에 들어갔다. 단식이 일주일 가까이 돼 가지만 아침 회의를 주재하고 기자회견, 언론 인터뷰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올 5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드루킹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비교하면 더욱 차이를 보인다.
현재까지 단식으로 주된 목표인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확고한 추진’은 거대 양당으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최소한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진전된 발언은 차곡차곡 쌓는 성과를 얻고는 있다.
이처럼 극단적인 방법으로 제 3당의 존재감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당내 인사들의 의견은 나뉘는 모양세다. 특히 예산안 정국에서 일부 바른정당 출신 의원은 선거제 개편 실패보다는 ‘예산안 패싱’을 문제 삼았다.
지상욱 의원은 6일 의원총회에서 “연동형 비례제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감한다”면서도 “바른미래당이 민생정당을 표방했지만 국민편에 서지도 못했고, 국회에서는 패싱을 당했기 때문에 전략·전술적으로 실패했다. 단식투쟁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혜훈 의원 역시 예산안 심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취지의 말과 함께 “예산안 마지막에 패싱되는 일이 생기면서 우리 노력이 국민에게 전달 못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을 감안해 (단식 투쟁을) 고민하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전했다. ‘강연 정치’ 복귀 후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에 “괴롭다”고 까지 발언했던 유승민 전 대표 역시 손 대표를 만나 의례적인 말만 나눴다.
단식 투쟁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문제 삼는 기류도 있다. 실제 농성장에서 벌어진 집회에는 당 지도부 소속이 아닌 바른정당 출신 의원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한 당 관계자는 “일부 바른정당 의원은 농성이나 투쟁식의 극단적인 정치 행태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손 대표의 연동형 비례제를 향한 의지가 정치권에 관철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손 대표는 각 정당 차원의 공식적인 지침이 있지 않는한 현재 열리고 있는 정개특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각각 의원수 100명이 넘는 거대 정당 지도부가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는 ‘의원 생사 문제’를 단시간에, 무턱대고 받아들이기는 쉽지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한국당 같은 경우는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전체 의원 사이에 토론 한 번 제대로 없었다. 즉 거대 양당 지도부가 수습이 안될 문제를 떠안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우선 손 대표 자신은 이번 단식 투쟁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하면서도 “당내 일부 의원들은 보수통합에 관심이 더 많기 때문에 추진력 확보가 어렵다. 여기에 합리적 개혁정치를 내세운 바른미래당이 현실의 벽에 막혀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이 맞는지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