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들어서니 전통시장 '활기'…'창업신화' 노리는 '청년몰'

김정유 기자I 2018.08.09 12:00:13

신포국제시장 청년몰 ''눈꽃마을'' 평일에도 수백명 찾아
''텐동'' ''타꼬야끼'' 등 청년맛집들, 수십명 대기줄 ''진풍경''
강화중앙시장 청년몰도 연간 130만원 임대료 등 경쟁력

신포국제시장 청년몰 ‘눈꽃마을’의 한 점포에 8일 많은 고객들이 줄을 지어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 청년몰은 ‘눈마을’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인천 신포국제시장 청년몰에 지난 6월 입주한 청년상인 김선영(30) 대표는 최근 몰려드는 손님들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본식 튀김덮밥(텐동)을 파는 김 대표는 최근 TV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방송 효과도 있지만 김 대표가 운영하는 ‘온센’은 청년몰 입주 초기부터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인정 받았던 식당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지난 7년간 유명 뷔페 레스토랑 등에서 일한 경력과 청년 특유의 열정을 무기로 청년몰에서 자신의 꿈을 하나 둘씩 구체화시켜나가고 있다. 최근엔 몰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식당 확장 이전까지 고민할 정도다.

김 대표는 “나 같은 경우, 일반 점포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임차료와 보증금 등을 포함해 4000만~5000만원 정도가 들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청년몰을 통해 온센을 창업한 비용은 1200만원 수준으로, 초기비용 부담이 상당 부분 줄어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찾은 신포시장 청년몰 ‘눈꽃마을’엔 폭염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의 관광객들의 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김 대표의 온센 앞에선 번호표를 따로 배부하는 직원까지 있을 정도로 손님들이 몰렸고 옆 청년점포인 ‘타코야마’(타코야끼)도 손 부채질을 하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인근에 있는 ‘마카롱데이즈’는 오전 일찍 마카롱이 품절돼 이미 문을 닫았다. 눈꽃마을로 디자인된 청년몰 곳곳엔 청년상인들을 찾는 젊은 손님들로 활기가 가득했다.

청년몰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 활력을 제고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2016년부터 추진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청년 창업과 문화체험, 생활·쇼핑이 가능한 ‘복합형 청년몰’ 구축에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총 229억원의 예산을 책정할 정도로 정부에서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만 19세 이상부터 39세 미만 청년들에게 임차료, 인테리어 비용 등을 획기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골자다. 대다수 초기비용 부담 때문에 창업에 나서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창업의 길을 열어주고 이를 통해 전통시장에도 활기를 불러일으키자는 취지다.

지난 6월 구축된 청년몰로 신포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유동인구가 늘었고 다양한 공연 등도 청년몰 광장에서 이뤄지며 관광객들의 명소가 됐다. 카페 등 청년몰 인근 상점들도 전보다 30% 이상 매출이 올랐다. 이날 청년몰에서 만난 이억 청년몰조성사업단 기획팀장은 “청년몰 이전에는 평일 기준 30분에 3~4명 밖에 찾지 않았던 시장에 최근엔 10분이면 100명 이상이 찾는다”며 “청년몰에 입주한 청년상인들의 평균 하루 매출도 40만원 정도로 안정궤도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최근엔 청년상인들이 자체적으로 기존 전통시장 상인들과 함께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려고 시도하는 등 다양한 노력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신포국제시장 청년몰조성사업단 건물내 교육장에 부착돼 있는 청년상인들의 계획들. 청년상인들의 다양한 고민의 흔적이 나타난다. (사진=김정유 기자)
청년몰에서 공방 ‘무늬사항’을 운영 중인 조다영(32) 대표도 당초 건물 임대료 등 비용 부담으로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창업을 청년몰의 도움으로 시작한 사례다. 조 대표는 “예전부터 창업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초기비용 걱정으로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었는데 청년몰이 이를 해결해줬다”며 “최근 신포시장 청년몰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체적으로 시너지를 얻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IT(정보기술)회사를 다니다가 신포시장 청년몰에 ‘흑백사진관’을 창업한 최성기(30) 대표도 “최근 청년몰 때문에 유동인구가 늘면서 전체 매출도 20~30% 정도 올라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 강화중앙시장 청년몰 ‘개벽333’도 성공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1981년 만들어진 오래된 중형시장을 강화군이 매입해 청년몰(2·3층)을 조성했다. 식당 15곳, 공방 5곳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중 2곳은 점포를 확장 이전하며 성과를 냈다. 강화도 특산물로 타르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강화까까’의 이경화(32) 대표도 청년몰을 통해 창업에 성공한 청년상인이다. 7년간 육군 장교로 복무하다가 2016년 전역해 창업에 도전한 그는 청년몰을 통해 ‘이마트 스타상품’에 선정됐다. 올 2월엔 신세계 백화점에 팝업스토어로 입점, 2주만에 1200만원 매출을 올리는 성공도 거뒀다. 이 대표는 현재 강화중앙시장 청년몰 운영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강화중앙시장 청년몰은 강화군청이 건물을 매입해 지원하는 만큼 연간 임대료가 130만원에 불과해 ‘젠트리피케이션’ 없이 청년들이 마음놓고 장사를 할 수 있다”며 “평일엔 지역주민들이, 주말엔 관광객들이 자주 찾아 활발하게 창업과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청년몰 사업은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불거져왔던 정책 중 하나다. 소진공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26곳의 청년몰의 점포 생존률은 74.8%에 그친다. 2년여간 4곳 중 1곳이 휴·폐업하는 셈이어서 지속가능한 청년창업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일부 청년상인들 사이에선 청년몰 선정 후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사업단(지원주체) 기간을 탄력적으로 늘려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는 “청년상인들 대부분이 창업이 처음이다보니 사업단 종료 후 이들을 이끌어갈 주도적인 주체가 없다”며 “사업단을 종료하더라도 적어도 1~2명 정도는 청년몰에 남아 2년 이상 운영을 지워해주는 정책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강화중앙시장 청년몰에 입주한 이경화 강화까까 대표가 8일 자신이 만든 타르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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