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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집문지기→천국의 문지기로…세월호 피해 유가족 만나
▶“사제는 양 같은 냄새가 나야 한다.”=사제를 목동에 비유에 한 말이다. 1990년대 주교였던 시절 한 강론 도중 나왔다. 서민 삶에 다가가 살 냄새를 맡으며 지내야 한다는 뜻. ‘거리의 교황’이라 불리는 프란치스코다. 배려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아르헨티나 이민 철도노동자 부모 아래서 태어난 교황은 가난한 자의 벗으로 자리했다.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며 자본주의의 폐해를 꼬집은 보기 드문 교황이었다. 생일에 노숙자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도 적극적으로 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여성과 무슬림에 세족식을 했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원생들의 발을 닦아 준 것도 256명의 교황 중 유일했다. 관례를 깨는 교황의 행보를 못마땅하게 여긴 가톨릭 보수주의자들의 비판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낮은 곳으로 임하려는 교황은 한국에서도 상처받은 이들의 손을 잡는다. 세월호 피해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을 위로하고,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과 용산참사 유가족,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30분씩 쪼갠 4박5일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약자들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은 것이다.
▲전화로 고민 상담까지…한국 청년에게는 어떤 격려를?
▶“삶을 발코니에서 관망하지 마라.”=2013년 11월30일 로마 대학생들과 함께 저녁 기도를 하며 “도전이 있는 그곳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청년들에 적극적인 삶을 독려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투쟁과 빈곤을 타파하려는 몸부림 등 매일 직면하게 되는 삶의 투쟁에 참여하기 바란다”는 당부다. 교황은 청년들에 애정이 컸다. 이들이 가톨릭의 미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3년 여름 이탈리아 북부 파두아 지역에 사는 대학생 스테파노 카비차에 직접 전화를 걸어 8분 동안 고민상담을 해 준 일화가 유명하다. 교황 알현단으로 바티칸을 방문하고 돌아간 청년이 고민상담 편지를 보내자 교황이 직접 연락해 자상하게 조언을 해 준 것이다. 교황은 젊어서 술집 문지기로도 일했다. 10대 때 화학실험실 조수로 일하며 실험실 청소도 했다. 교황도 청년시절 생계를 위해 주경야독하며 꿈을 키웠기에 청년들의 고민에 더 공감했을 것이라는 게 종교계의 중론. 청년들의 고민도 함께 나눴다. 교황은 지난해 7월 세계청년대회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우리는 일자리 없는 세대를 양산하게 될 큰 위험을 떠안고 있다”며 “개인의 존엄성은 일을 통해 자립하는 데서 생기는데, 이러한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며 청년들을 걱정했다. 13일부터 17일까지 대전교구에서 열릴 아시아청년대회(Asia Youth Day). 신자들에게도 낯선 이 축제에 교에 각별한 애정을 쏟는 이유는 하나다. 신자 비율이 가장 낮은 아시아에서 청년들과 함께 세계 가톨릭의 미래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시겠습니까?” 2013년 가을,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세계청년대회 참가자는 300만 명이었다. 내년에 열릴 아시아 청년대회의 참가자는 불과 2000여 명, 한국 참가자를 제외하면 1000여 명”이라고 교황에 초청편지를 보냈을 때도 교황청을 통해 전해진 서신 속 교황의 답변은 뜨거웠다. “이 편지, 정말 마음에 든다. 편지를 읽는 순간 가슴이 뛰면서 한국에 가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느꼈다”. 이 답을 준 교황은 1년여 만에 한국을 찾아 약속을 지켰다.
▲중동의 화약고서도 갈등 중재자…한반도 평화 메시지 관심
▶“누군가와 함께 고통을 나누며 우는 울음을 상실한 사회다. 무관심의 세계화가 눈물을 제거해 버렸다”=교황이 지난 1월 바티칸 주재 외교관단 접견 연설에서 한 말이다. 교황은 즉위 후 갈등의 중재자 역을 톡톡히 했다. 교황의 지난 5월 중동 방문 때의 메시지는 ‘화해와 평화’로 요약됐다.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을 모두 아울러서다. 교황은 베들레헴을 찾아 이스라엘이 설치한 분리 장벽에서 기도한 후 팔레스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면서도, 팔레스타인 테러 희생자들을 만나 이스라엘의 고충도 보듬었다. 정치적 지뢰밭에서도 길을 찾았던 이가 바로 교황이다. 교황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즉위 직후인 지난해 3월 예수 부활 대축일에 전 세계에 보낸 축복 메시지에서 “한반도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길 빈다”고 기원한 바 있다. 교황은 이번 방한에서도 박 대통령을 만나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은 14일 교황과 박 대통령의 만남에 한국의 통일부 장관도 참석해주길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평화의 사도인 교황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황은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봉헌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 검소함으로 가톨릭 개혁…한국서도 ‘작은 것’만 찾아
▶“과시하는 허영은 소중한 영성을 세상의 것으로 축소하는 행동거지다.”=교황은 권위를 버리고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실천했다. 교황은 110년 관행을 깨고 교황 관저가 아닌 낡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낸다. 1891년 바티칸 인근에 콜레라가 창궐하자 당시 교황 레오 13세가 병자들을 돌보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으로 만든 건물인 게스트하우스 성녀 마르타의 집이다. 교황은 2013년 3월 13일 선출 직후 강복을 위해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섰을 때도 새 교황을 위해 준비한 금 십자가가 아닌 주교 때부터 썼던 철제 십자가를 걸고 나왔다. 교황의 옥새라 불리는 ‘어부의 반지’도 만들지 않았다. 바오로 6세를 위해 디자인했다가 채택되지 않은 주조 틀을 재활용했고, 금 대신 은으로 만들어 도금만 했다. 교황은 권위를 상징하는 번쩍이는 빨간 구두가 아니라 아무 장식 없는 검은색 구두를 신는다. 교황에 화려함은 찾아볼 수 없다. 가난한 자를 위한 작은 교회를 주장한 교황의철학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의 패션잡지 에스콰이어는 지난해 교황을 ‘올해 가장 옷 잘 입는 남성’으로 선정해 화제가 됐다. 교황의 수수함이 가톨릭 개혁의 신호가 됐다는 뜻이다. 이런 교황의 검소함은 한국에서도 지속된다. 교황은 한국에서도 ‘작은 것’만 찾았다. 국산 소형차 쏘울을 타고 숙소도 주한교황청대사관 내 침대와 옷장, 탁자만 놓여 있는 6평 남짓 소박한 크기의 침실에서 머문다. 특별한 음식도 요구하지 않았다. 교황은 공식오찬 두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교황대사관 내 식당을 이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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