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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은행채 순발행 전환…채권시장 자금 빨아들이나

박미경 기자I 2023.08.23 17:57:34

8월 은행채 발행이 상환 앞서… 3개월 만에 순발행
은행채 물량 늘어나면 회사채 수급에 부정적
“은행 수신↑…은행채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8월 들어 은행채가 상환보다 발행이 많은 순발행 기조로 돌아섰다. 은행채 신규 발행 물량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은행 수신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채 발행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8월 들어 이날까지 국내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총 4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은행채 발행액은 15조7900억원, 상환액은 15조3400억원으로, 지난 5월 이후 3개월여 만에 순발행을 기록했다.

올해 월별 순발행액을 살펴보면 1월 -4조7100억원, 2월 -4조5100억원, 3월 -7조410억원, 4월 -2조6000억원, 5월 9595억원, 6월 -1조5005억원, 7월 -4조6711억원 등의 순으로 5월을 제외하고는 상환 규모가 발행 규모보다 많았다. 다만 순발행이 앞섰던 지난 5월(9595억원)과 비교했을 때 아직까지 발행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통상 은행채 물량이 늘어나면 채권시장 시중 자금을 흡수해 회사채 수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은행채는 신용등급 AAA급 초우량 채권이기 때문이다. 은행채 물량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발행 금리가 올라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데, 은행채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가게 된다. 본드웹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7일 4.41%까지 오르는 등 지난 3월 이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사채도 덩달아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은행은 기업대출에 더불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가계대출이 증가하면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에도 은행채 순발행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은행채 순발행 기조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자금조달 수단은 크게 예금과 은행채 발행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서 “은행 수신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했을 때 은행채 순발행 규모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대외적인 환경 요인도 은행 수신 증가를 촉진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중국의 부동산개발회사인 비구이위안, 위안양 등의 채권 이자 지급 불이행에 이어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신탁의 만기상품 상환 연기 등에 영향받아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경계감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 “그 결과 새마을금고 사태 이후 나타나고 있는 은행의 안전성 부각 현상이 계속 이어지면서 은행 수신 증가세로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은행이 의무 매입하는 특례보금자리론 주택저당증권(MBS) 규모가 당초 우려보다 작은 수준에 그쳐 은행의 정상적인 채권 매입을 구축하는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신규 주택 구입 용도와 기존대출 대환 용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 중에서 은행은 기존대출 대환 용도의 특례보금자리론 MBS를 의무매입한다.

김 연구원은 “은행이 의무매입해야 하는 특례보금자리론 MBS 규모는 7월 말까지의 10조6000억원에 3조원이 추가된 13조원대 정도”라며 “당초 특례보금자리론 목표치인 39조6000억원 전액에 해당하는 MBS를 은행이 의무매입해야 하는 것으로 예상했던 것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규모”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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