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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는 8일(현지시간)까지 제조, 주문, 고객사 정보 등 관련 정보를 제출하기 위해 설문조사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양사는 미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하기 쉽지 않은 만큼 어느 수준까지는 정보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 정부가 요청한 자료 가운데 고객사 정보 등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부분은 한·미 양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추려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한국전자전 2021’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여러가지를 고려해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28일 ‘반도체대전 2021’ 부스 투어에 앞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내부에서 검토 중이며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관보를 통해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미국 인텔,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회사에 최근 3년간 매출과 고객 정보, 주문·판매·재고 현황 등을 내라고 요구했다. 반도체의 경우 고객사와 매출, 생산능력은 거래와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업들로서는 영업비밀에 해당된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정보 유출은 향후 미래 설비 투자 등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 상무부는 이달 21일에도 대변인을 통해 인텔, 제너럴 모터스(GM), 인피니온, SK하이닉스 등을 언급하며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공개하며 다른 업체들을 압박했다.
이에 대만의 TSMC는 고객 기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입장을 냈다가 최근에는 태도를 바꿔 관련 정보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기금보는 대만매체 중시신문망(中時新聞網)을 인용해 “TSMC가 미국 상무부에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반도체 수급난 해결에 협조하기 위한 것으로 회사는 그동안 관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상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180도 태도를 바꾼 모습을 보였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부담도 한층 커진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은 정부를 통해 미국 측에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 기업들이 계약 비밀 유지 조항이나 국내법을 어기지 않는 자료를 검토한 뒤 미국에 내려고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이사는 “현재 어떤 기업도 정보를 어떻게, 얼마나 제출할지 알려진 것이 없다. 밝히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설문조사를 보면 민감한 것은 Confidential(기밀)로 제출하라고 돼있다. 그 수준을 조율하는데 여전히 난감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