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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팀장은 “미국이 한국산 수입을 막았다면 반대로 어떤 나라는 미국으로 들어가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그들이 미국 수출물량을 집중하면 또 다른 나라 시장이 비는 순환구조가 발생할 것이며, 우리는 이 시장을 공략할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계 모든 나라에 국영 석유회사나 유수의 오일메이저를 갖고 있으며 우리는 이들 모두가 인정하는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기술경쟁력 산실 JCOE…“미국이 우릴 견제할만하다” 자신감
세아제강의 기술경쟁력 자신감은 전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막강한 생산라인에서 시작한다. 이날 처음으로 방문한 JCOE 생산라인은 아시아 최초, 그리고 세계에서 3번째로 18m 길이의 가스관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 강관업체가 생산하는 기존 가스관의 길이는 최장 12m인 점을 고려했을때, 연결 용접 부위를 30% 줄여줘 작업 용이성 및 공기 단축 효과를 제공한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일사분란하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자동화 공정이 눈길을 끌었다. 크레인으로 일일이 이동시키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대량 생산을 가능케하고 동시에 원가도 절감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후판을 컨베이어에 올리자 자동으로 이동하며 적정한 사이즈로 재단하고 이를 프레스로 찍어 둥글게 구부린 뒤 내·외부를 용접하고, 품질을 점검해 포장한 뒤 출고하기까지 거대하면서도 세심한 공정이 진행됐지만, 현장에 위치한 작업자는 10여명 내외에 불과했다.
가장 압도적 공정은 프레스밴딩.JCOE의 이름 역시 이 공정에서 유래한 것이다. 평평한 후판을 1만t(톤)의 프레스로 찍어누르자 J 형태로 구부러지고, 이를 다시 찍어누르면 C 형태로, 다시 한번 반복하면 O로 완벽한 원형으로 만들어냈다. 임 팀장은 “JCOE 생산라인을 만들기 위해 지구를 7바퀴 돌았다”며 “총 생산규모는 30만t으로, 전세계 오일메이저들에게 가스관을 공급할 수 있는 대량 생산체제를 갖춘 국내 유일의 공장”이라고 설명했다.
포항공장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PM53로, 미국을 제외하고 24m 강관을 생산할 수 있는 전세계 유일의 생산라인이다. 임 팀장은 “미국이 한국에 리포트하러 와서 세아제강의 제조기술과 품질관리 수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며 “미국이 한국산 강관처럼 경쟁력 높은 제품을 통상으로 막을 수 밖에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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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수출길이 막혔다고해서 세아제강이 성장할 기회를 모두 잃은 것은 아니다. 미국 주요 고객사들은 이미 정부에 쿼터제 해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국제유가 고공행진으로 대체 수출시장 의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수의 경우 남·북 화해무드에 따른 ‘러시아 가스관 프로젝트’라는 절호의 기회가 예고됐다.
백남준 기술연구소장은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미국의 EPC사 및 건설업체들이 한국산을 쓰지 못하게 되면서 수급이 불안정해져 미국 상무부를 찾아가 한국산을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당장 31일 미국 정부는 쿼터 적용 수입철강에 대해 예외품목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 상황으로, 한국 철강업체들의 미국 수출길 복원 가능성을 열었다.
내수에서도 러시아 가스관 프로젝트라는 커다란 기회가 예고된 상황. 백 소장은 “러시아 가스 기지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면 1100㎞ 정도 된다고 시나리오를 작성해 보면 한국에서 가까운 지역은 한국가스공사가 수주하게 될 것”이라며 “JCOE 공장은 러시아 가스관 수주를 준비하며 지은 공장으로, 이미 우리는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외에도 동남아, 캐나다, 중동 등 다양한 지역으로 대체 시장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