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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된다.
황 국무총리는 긴급 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바로 소집하고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모든 권한 黃총리가 대행
국회가 탄핵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와 청와대에 전달되는 순간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신분만 유지되고 모든 권한은 황 국무총리에 이양된다.
헌법 65조 3항에 따르면 탄핵 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즉, 대통령의 권한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행하면서 내치뿐만 아니라 외교·안보까지 총괄하게 된다.
대통령이 헌법상 갖는 권한은 △국군통수권 △조약체결 비준권 △사면·감형·복권 △법률안 거부권 △국민투표 부의권 △헌법 개정안 발의·공포권 △법률 개정안 공포권 △예산안 제출권 △외교사절 접수권 △행정입법권 △공무원 임면권 △헌법기관의 임명권 등이다.
이에 따라 권한 대행체제가 출범하면 황 총리는 대통령 비서실로부터 업무를 보고 받고 국무회의도 직접 주재하게 된다. 의전과 경호 역시 대통령에 준하는 수준으로 격상된다.
권한대행 체제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불확실성이 크다. 박 대통령의 자진사퇴 여부와 헌재의 심리 기간에 따라 최소 2개월에서 최대 8개월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직무범위는 ‘현상 유지’에 국한되나
헌법에는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직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 황 권한대행의 직무는 지난 정부의 사례를 바탕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학자 다수는 국무총리가 국정 마비를 막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권한을 행사해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과 임명직 공무원인 국무총리 간 권한이 동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무위원이나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에 대한 인사권 행사나 외국과 주요한 협정·조약 체결도 제한되고 국정 마비를 막는 수준의 권한만 행사해야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전 총리는 낮은 자세로 제한적인 업무만 수행했다. 경호와 의전만해도 청와대 팀 합류를 최소화했고, 외국 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제외하고는 청와대를 거의 가지 않았다. 국가보훈처 차장, 외교안보연구원장 등 차관급 인사도 발표했지만, 총리실이 아닌 청와대가 직접 발표하도록 했다.
권한대행의 한계를 고려했을 때 황 총리도 고 전 총리처럼 제한된 범위에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총리실은 고 전 총리의 사례를 참고삼아 권한대행의 업무 범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9번째 권한대행
우리나라 헌정상 총리 등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 사례는 모두 8차례 있었다. 정국이 극도로 불안정했던 1960년에는 3명의 대통령 권한대행이 나왔다.
처음은 1960년 4월 27일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사임한뒤, 허정 외무부 장관이 권한을 대행했다. 부통령이 권한대행을 맡아야 했지만, 당시 부통령이 궐위상태였기 때문에 다음 서열인 허 전 장관이 권한대행을 하게 됐다.
두 번째 권한대행은 곽상훈 민의원 의장으로 허 전 장관이 정식 국무총리에 오른뒤 대통령 권한대행을 일시적으로 사임하자 그해 6월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간 권한대행직을 맡았다.
그러나 곽 전 대행이 사퇴하자 허정 당시 총리가 다시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서 세번재 권한대행을 했다. 이후 그해 8월8일 백낙준 참의원이 참의원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당시 헌법에 따라 백 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게 된다.
다섯번째는 윤보선 전 대통령이 1962년 3월24일 사임했을 때다. 당시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장군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지위로 대행했다.
이후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자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면서 6번째 권한대행에 올랐다. 일곱번째 권한대행은 박충훈 전 국무총리 서리다. 당시 최규하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1980년 8월16일부터 9월1일까지 권한대행으로 직무를 수행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3월 12일 탄핵되자 고건 총리가 권한을 대행한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