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법원 판결은 급발진 사고에서 제조물책임을 인정받기 위한 입증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것으로, 자동차 제조사 책임을 일부 인정했던 2심 판결이 뒤집히면서 급발진 사고 관련 유사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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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여성 운전자 A씨는 2018년 5월 4일 오전 10시 50분경 호남고속도로지선에서 남편 B씨와 함께 BMW 528i 승용차를 타고 가다 유성IC 부근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두 사람 모두 사망했다.
이 사고로 부모를 잃게 된 A·B씨 자녀들은 사고 전날 정비를 마친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자동차를 사용하던 중 급발진이 일어나 사고가 발생했다며 BMW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운전자가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며 “자동차 결함이나 급발진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1심과 정반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차량이 300m가량을 시속 200㎞ 이상으로 갓길을 주행했고 비상등이 켜진 상태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정상적으로 운행하던 상태에서 자동차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BMW코리아가 원고들에게 각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차량 엔진 결함이 있을 경우 브레이크 페달이 딱딱해질 가능성도 있어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려 시도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시했다.
BMW코리아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BMW코리아의 상고 이유를 받아들여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가 제조업자 배타적 지배 영역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증명하면 제품 결함을 추정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확인하면서도 “급발진 사고에서는 운전자가 급가속 당시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사정, 즉 페달 오조작이 없었음을 피해자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사고 당시 이례적인 주행 상황과 운전자의 운전 경력만으로는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자동차가 어느 지점부터 어떠한 경위로 급가속하게 됐는지 확인할 증거가 없으며 △제동등이 점등되지 않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법원은 “제동등이 점등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정은 사고 당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며 “자동차 엔진 결함과 브레이크 페달 기능 사이의 상관관계가 밝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동등 미점등, 급가속 경위 불분명, 차량 결함 전조 증상 부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향후 유사한 급발진 사고 소송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달에도 현대차(005380) 싼타페 급발진 사건에서 원고 패소한 1·2심을 확정하는 상고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는 급발진 사고에 대한 엄격한 입증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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