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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2008년부터 2024년까지 국시 합격률을 살펴보면 2021년을 제외한 연도에서 90% 이상을 기록했다. 2021년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했던 시기로, 당시 응시자들이 시험을 거부해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12.8%였다. 이후 정부가 불합격 인원에게 추가 시험 기회를 부여해 2700여명이 추가된 6043명이 실기시험을 치렀으며 시험 결과 합격률이 95.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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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재 의대정원 확대로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지면 국시 합격률 또한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증원 전 의대정원은 약 3000명이었는데 정부가 발표한 2025년 의대정원은 4500여 명이다. 휴학한 예과 1학년 학생들이 복귀하면 7500명이 교육을 받게 된다. 당장 4개월 후 기존 대비 두 배 이상의 학생이 한 학년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준비할 시간이 매우 부족해 결국 의학교육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측은 “정부는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 순조롭지 않자 교수임용규정을 하향 조정하고 의평원의 의대 인증평가 기준을 완화하려한다”면서 “수십 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의학교육을 국제 의학교육 수준에 올려놓은 의학교육 인증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 수준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국시 합격자 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올해 국시 실기시험 합격률은 76.7%로 전년 대비 2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응시자 대부분이 예상 출제 문항을 사전에 학습하기 어려운 해외 의대 졸업자이거나 N수생이었던 점, 올해 의대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이 합격률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의정갈등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국시 합격률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시 합격률 하락은 결국 한 해에 배출되는 의사 수가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 대항마가 국시 합격률 하락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국시 변별력을 강화하는 의료계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의대정원이 늘어도 한 해 배출 의사 수는 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의료계는 국시 합격률 하향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의료계의 의도로 읽히면 의대정원 증가를 막는 꼼수로 오해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미 정부가 의학교육 시스템을 망가트리고 있어 국시 합격률 또한 당연히 계속 내려갈 것”이라며 “국시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해야겠지만 지금은 무너진 의학교육 시스템을 복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