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6일 오전부터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를 찾아 이날 오후까지 방통위를 상대로 현장검증을 벌였다. 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일방적인 결정과 강행에 반발하며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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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야당 간사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방통위에 도착해 현장검증 시작 전 “방통위는 독립 기구고 대통령의 직속 기구가 아닌 소속 기관”이라며 “KBS와 방문진 이사가 불법적으로 선임됐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현장검증에는 김태규 방통위 직무대행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면서 주로 조성은 사무처장 등을 대상으로 여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사무처 측은 위원회 의결 없이 회의록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할 권한이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 회의 운영 규칙을 보면, 국가 안전 보장이나 개인·단체 명예훼손 등 사안인 경우 위원회 의결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그런데 지금 (1인 체제라) 위원회 의결이 안 되기 때문에 방통위는 공개하는 게 법 취지에 맞다”고 주장했다.
관련 규칙에 따르면 ‘회의 공개’ 여부는 국가 안전 보장 등 부득이한 경우 위원회 의결로 비공개할 수 있고, ‘회의록 등 공개’와 관련해서는 부득이한 경우 비공개 회의록과 속기록은 공개하지 않지만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위원회 확인 절차 후에는 공개할 수 있다.
따라서 방통위는 공개 회의로 진행한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 회의록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지만, 국회법 및 국회증언감정법 등 상위법이 방통위 규칙에 우선하기 때문에 국회는 공개 요구를 할 수 있다. 방통위는 국회의 고발을 감수하더라도 회의록 등 자료 제출과 열람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후에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로 방통위 상황실이 아닌 전체회의장으로 현장검증 장소를 변경했다. 김태규 직무대행도 오후 회의부터 참석하면서 방통위와 야당 의원들 사이 공방은 더욱 격화됐다.
김 직무대행은 “여긴 방통위 청사고, 청사의 기본적 관리권은 제게 있다. 이 자리에서 마치 피감기관이 청문을 받듯이 검증하는 건 곤란하다”며 “자료 제출 권한이 없어서 안 했다. 굳이 드릴 수도 없는 자료를 왜 보겠다고 왔느냐”고 맞섰다. 그러면서 “이 회의 자체를 인정 못한다. (야당이) 수십 명을 끌고 와 가지고 지금 무슨 유세하듯이 이러는데 지금, 질문할 자세를 갖췄나”는 등의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우리가 깡패냐”는 고성이 터져 나왔고, 김현 민주당 의원은 김 직무대행을 향해 “권익위원회로 돌아가라”고 쏘아붙였다.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증감법에 따르면 검증을 방해한 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내 벌금을 부과한다는 점은 확인하고 넘어가겠다”며 일부 거친 표현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한때 격앙됐던 방통위 현장검증은 김 직무대행이 이내 “(일부 지나친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하면서 재개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김 직무대행과 야당 의원들 사이 신경전과 설전만 오가다가 방통위 현장검증은 종료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관련 질의와 자료 제출을 거듭 요구했지만, 의결 투표용지 확보에만 그쳤다. 야당은 오는 9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리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청문회’에 김 직무대행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불법성 검증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