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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가) CNBC,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ONS)은 이날 영국의 4월 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8.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10.1%)에서 1.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영국의 CPI 상승률이 한자릿수를 기록한 건 작년 8월(9.9%)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10% 아래로 떨어지긴 했지만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8.2%)나 이달초 영란은행(BOE) 전망치(8.4%)에는 미치지 못했다.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전기·가스 요금이 하락한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ONS는 “전기·가스 가격 (하락)이 4월 연간 인플레이션 하락에 1.42%포인트 기여했지만, (상승에도) 1.01%포인트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큰 폭의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 영국은 에너지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을 통해 에너지 업체들이 과도한 요금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에너지 요금 상한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4월 이 상한선을 54% 높였다.
식품·음료 등의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이와 관련, ONS는 “식품 및 무알코올 음료 가격은 4월에도 계속 상승해 연간 인플레이션에 높게 기여했지만, 연간 상승률은 3월 19.2%에서 4월 19.1%로 완화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CNBC는 4월 식품 및 무알코올 음료 상승률 역시 45년래 두 번째로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자가 거주 주택비용(CPIH)을 포함한 CPI는 3월 8.9%에서 4월 7.8%로 하락한 반면,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식품·담배를 제외한 핵심 CPI는 같은 기간 6.2%에서 6.8%로 상승했다. 핵심 CPI 상승률은 1992년 3월 이후 최고치로, 다음달 22일 BOE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로이터 등은 전망했다. 4월 CPI 상승률이 큰 폭 하락했지만 기대치를 밑돈 데다 핵심 CPI가 여전히 높아 금리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임금이 물가보다 덜 오른 탓에 소비여력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며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짚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코너를 돌았다”는 평가와 더불어 BOE가 다음달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잉글랜드·웨일즈의 공인회계사협회의 수렌 티루 이사는 CNBC에 “4월 CPI 하락폭은 BOE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정도로 크다”며 “BOE가 과도한 긴축 위험을 계속 감수한다면 생활비 위기와 기업 압박을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