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을 중심으로 ‘굴종 외교’라고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한국 기업과 산업 경쟁력과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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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불화수소 등 반도체 생산의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응해 일본의 이 조치를 WTO에 제소하고,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입 규제 완화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16일 일본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한국 기업이 강제징용 배상금을 대납하는 형태로 이 문제를 해결키로 했다. 이와 동시에 양국 정부가 전략물자에 대한 상호간 규제를 2019년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로 합의했다. 산업부가 WTO 제소를 철회하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원복을 추진하는 건 일주일 전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절차다.
다만, 이 같은 합의와 그 이행 과정이 굴종 외교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번 문제 해결 방식이 일본 전범기업에 강제징용 피해를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일본 정부나 기업이 이 과정에서 강제징용 문제와 이후의 보복성 조치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는 게 주된 이유다.
더욱이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2일 현지 언론을 통해 한국 측 자세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한국이 발빠르게 해제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일본은 유보적인 듯한 인상을 주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교수 시절 전범 기업 사외이사를 맡은 이력이 거론되며 ‘친일 장관’이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이 장관은 “대한민국 국무위원이자 정부의 장관으로서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이나 이익, 우리나라 경제 국익을 최우선으로 일하는 중”이라며 “지금 수출 규제를 해제하는 게 우리 기업과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니시무라 경제산업성의 유보적 발언에 대해서도 “그가 그런 표현을 썼을 순 있지만, 정부끼리 한 합의에는 양국이 WTO 제소와 수출 규제를 동시에 해제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양국 모두 정책 대화를 통해 전략 물자 관리 제도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