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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11일 서울 강남 토즈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메타버스는 게임과 분리해 봐야 한다. 굳이 게임으로 규정하지 않아도 플랫폼들이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엄격히 규제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위 학회장은 메타버스가 급격한 하락세를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기업들이 메타버스만 언급하면 주가가 치솟는 등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그렇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구글 트렌드만 봐도 메타버스 키워드가 과거 고점의 25% 수준으로 급락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라는 분야를 두루뭉술하게 묶어 산업으로 키우는 것이 아닌, 메타버스를 이루는 주요 구성 요소나 기술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위 학회장은 “메타버스의 거품이 꺼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이를 구성하는 VR이나 AR 기업들은 생존해 있고, 기술을 꾸준히 축적해 올라오는 곳들이 있다”며 “메타버스는 포장을 뿐이고, VR이나 AR 같은 가장 기본적인 키워드로 돌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VR·AR 같은 실감형 콘텐츠와 네이버제트의 ‘제페토’ 같은 체감형 서비스를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과 메타버스를 분리해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위 학회장은 “메타버스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게임과 메타버스를 분리해 봐야 한다. 메타버스 전체로 묶어서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게임은 게임법을 통해 규제하고, 메타버스는 플랫폼 자율규제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메타버스 플랫폼의 경우 굳이 게임으로 분리해 규제하지 않아도 생존을 위해 스스로 규제를 엄격히 할 수밖에 없다”며 “예컨대 ‘제페토’에서 사회적 물의가 일어난다면 큰 파장이 있을 거다. 커뮤니티 기반 플랫폼은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회에선 메타버스내 게임물에 대해 게임법 적용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진행된 바 있다. 메타버스내 게임물을 예외로 인정할 때 기존 게임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일부 부처와 산업계 일각에선 메타버스 사업의 특수성과 가치를 고려해 게임법을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등 찬반이 팽팽하다.
위 학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에 대한 회의론도 내비쳤다. 그는 “P2E는 이미 소멸 시점에 도달했다”며 “P2E 게임을 허용한다면 최소한 확률형 아이템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완전한 무료게임이어야 된다. 청소년 진입도 막아야 하고, 코인의 안정성과 신뢰도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게임을 질병으로 보던 왜곡된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하셨던만큼 이를 꼭 지키리라 믿는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국제질병분류(ICD)에 포함시켰는데, 국내에선 이를 두고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위 학회장은 게임 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올해 업무보고 속 언급된 게임 관련 예산과 정책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문체부 보고를 보면 K콘텐츠라는 용어는 많은데 이중 게임이란 단어 자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다년도 제작지원 사업이 언급되긴 했지만 과거 1년짜리 지원을 2~3년으로 지원하겠다는 수준이다. 문체부 장관이 게임을 혐오하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