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살해사건' 경찰 보호기능 작동 없었다…인권위, 정부에 제도개선 권고

박기주 기자I 2019.07.18 14:16:54

인권위, '의붓딸 살해사건' 직권조사 결과
"성범죄 첫 신고 받은 목포서, 신변보호 요청 사실도 몰라"
"광주청도 손 놓고 있다 뒤늦게 수사"

의붓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구속된 김모(31)씨가 현장검증을 위해 지난 5월 전남 무안군 한 농로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 4월 전남 무안에서 발생한 ‘의붓딸 살해사건’에 대해 경찰의 보호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피해 여중생의 성범죄 신고 이후 경찰이 제대로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참극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A양 성범죄 신고 후, 경찰 보호 없었다”

인권위는 의붓아버지의 성범죄를 경찰에 신고한 여중생 A양(13)이 신고한 지 18일 만에 의붓아버지에 의해 살해된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한 결과 신고 이후 사망까지 A양의 안전에 대해 살피는 노력이 거의 없는 등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27일 김모(31)씨가 전남 무안군 한 초등학교 근처 농로에서 의붓딸 A양을 목 졸라 살해·유기한 사건이다. A양은 다음날 광주 동구의 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A양이 자신을 성범죄 가해자로 신고한 사실을 알게 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청 피해자 보호지원체계는 아동이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경우 피해자보호관과 학대예방경찰관(APO)으로부터 일차적으로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부가적인 보호나 지원이 필요하면 피해자전담경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한 결과 A양이 신고한 이후 목포경찰서와 광주지방경찰청에서는 피해 아동이 의붓아버지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는 고려 외에는 피해 아동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아동 대상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피해 아동의 심리 상태와 피해의 재발 여부, 가해자의 위험성 등 안전을 살피는 노력이 거의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목포경찰서는 지난 4월 9일 ‘김씨가 음란 영상물을 보낸다’는 A양의 신고사건에 대해 수사하면서 신뢰관계인이 없는 상태에서 A양에 대한 조사를 계속했고, 4월 14일 성폭행 미수 사건 관련 2차 조사에서 피해자가 신변보호를 신청했지만 담당 경찰이 신변보호 신청 사실조차 모르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튿날 A양이 ‘아버지가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는 이유로 핸드폰 문자로 신변보호 요청을 취소하자 담당 경찰관은 보호자인 친아버지에게 확인하는 과정 없이 신변보호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 사건은 APO에게 알리지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광주지방경찰청은 4월 15일 목포서가 이송한 사건을 8일이 지난 23일이 돼서야 접수했고, 이송사건 접수 후에 별다른 수사가 없다가 29일 피해자의 사망 보도 후에야 신고사건을 뒤늦게 입건했다. 의붓아버지에 의한 아동학대가 과거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기도 했다.

◇“국가의 보호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러”…경찰·복지부·법무부에 제도 개선 권고

인권위는 경찰의 이러한 행위들이 A양의 안전과 보호에 공백으로 작용했고, 이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반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 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목포서장 및 광주지방청장에게 관련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고 및 주의 조치를 하고 경찰정장에게 재발방지와 피해자 보호기능이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업무개선 조치를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 간 학대사례 정보공유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고, 법무부장관에게는 보호자는 아니지만 유사한 학대가 재발될 가능성이 높은 의붓아버지 같은 경우 이들을 보호자에 준해 임시조치가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 사건 피해아동이 가족의 해체와 잦은 아동학대 피해로 인해 가족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었고,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이후에는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국가로부터 사회적 보호 또한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봤다”며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경찰청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법무부 장관에게 관행과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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