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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이와 관련된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관련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진실규명을 요구한 셈이다.
앞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짜뉴스가 급증한다”며 비속어 논란을 가짜뉴스로 취급했다. 윤 대통령의 입장 발표와 김 실장의 모두발언을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이번 논란의 원인을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국익 훼손으로 국민의 생명도 위태롭게 했다고 했다.
여권도 이에 발맞춰 방향성을 정했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MBC는) 최초 보도니까 더 확인 절차를 거치고 해야 했다. 더군다나 한미 동맹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안을 확인조차 거치지 않았다”며 “한미동맹을 해치고 국민 안전과 생명을 해할 보도를 무책임하게, 제대로 사실 확인조차 없이, 확인 전까지 보도 자제 요청이 있었음에도 왜곡해서 자막을 입혀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MBC와 민주당 간 정언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전주혜 비대위원은 “MBC 영상이 뉴스 보도되기 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이 관련 내용을 먼저 지적했는데 이 경위가 의심스럽다”고 했고, 김종혁 비대위원은 “민주당은 언론과 특별한 커넥션(유착)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에 윤 대통령 발언을 처음 보도한 MBC 대표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공모공동정범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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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진실을 은폐하고 언론을 겁박하는 적반하장식 발언”이라며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한 협박정치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강병원 의원은 자신의 SNS에 ‘독재자의 길을 선택한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글을 올리며 “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독재자의 길을 택했다”고 날을 세웠다.
‘외교참사’의 책임을 물어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순방 총 책임자인 박진 외교부 장관을 해임하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호 제1차장, 김은혜 수석 등 외교·안보 트로이카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오늘까지 결단 안 내리면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일 외교부장관 해임 건의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이라면 반이성적 충성경쟁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외교·안보라인 문책과 전면 교체를 야당에 앞서 요구하는 것이 순리”라고 덧붙였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욕설 파문은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 더 이상 변명을 늘어놓을 일이 아니다”라며 “정의당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대국회 사과를 강력히 촉구하며, 대통령실 외교라인의 대대적 교체와 김은혜 홍보수석을 즉각 경질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여권 내에서도 윤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에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언제나 정면돌파 해야 한다.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하면 거짓이 거짓을 낳고, 일은 점점 커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