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로 불거진 기존 순환출자 금지 논란

김정남 기자I 2013.10.15 19:19:34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동양 사태’로 인해 순환출자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동양 사태를 통해 순환출자로 얽힌 대기업집단의 부실은 순식간에 퍼질 수 있다는 게 그 골자인데, 여야간 반성은 비슷하지만 입법방향은 크게 달라 추후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은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하면서도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놔두자는 입장인데, 이에 야당은 기존의 것도 모두 금지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순환출자 금지 두고 여야 이견 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최근 순환출자가 5년간 69개가량 생겼고 이 가운데 14개가 동양의 것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순환출자 금지가 안 된 것이 (동양 사태를 유발한)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동양 사태는 순환출자로 경영구조를 강화하면서 계열사 부실을 감추고 일감을 몰아주며, 결국 일반인에게 대규모 피해를 입히는 것은 재벌총수의 사기수법’(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라면서 “공정거래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부와 여당에서도 신규 순환출자 금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셈이다. 박 의원은 이미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사싱살 당론으로 발의했으며, 노 위원장도 수차례 이같은 생각을 피력해왔다.

다만 순환출자 금지에 대한 야당의 입장은 다르다. 기존에 이미 형성된 순환출자까지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신규 순환출자는 물론 기존 것도 해소한 내용의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한 상태다.

김 의원은 “동양 사태를 통해 적은 지분을 보유한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순환출자 고리를 타고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듯 부실도 순환출자를 타고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다른 기업들의 순환출자 구조도 개혁되지 않으면 똑같은 사태가 벌어진다”고 강조했다.

◇순환출자 금지법 처리 난항 클듯

기존 순환출자 해소 여부는 재계에 민감한 이슈다. 삼성·현대차 등 순환출자를 기반으로 한 주요 대기업집단이 이를 해소하려면 최소 조단위의 돈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구소 등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기존 순환출자를 없애는데 6조원 가까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도 1조원 안팎의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에버랜드→삼성생명(032830)삼성전자(005930)삼성카드(029780)→에버랜드로 이어진 큰 골격의 순환출자를 지난해 해소하긴 했지만, 아직 16개가량 순환출자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롯데의 경우 기존 순환출자가 워낙 복잡해 전문가들조차 정확한 추산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다.

다만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될 경우 재계의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 삼성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 여야간 입장차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정기국회에서 순환출자 입법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은 격렬한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 사태로 인해 순환출자 규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뤄져야 하다는데는 공감하지만, 각론에서 이견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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