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학생들…의대생 '집단유급' 현실화하나

김윤정 기자I 2024.03.06 16:41:41

"불이익 최소화해야"…이미 2~3주 개강 미룬 대학들
"무한정 미룰 순 없어…3월 중순까진 학교 돌아와야"
의대생 집단 유급 시 내년 신입생과 같이 수업 들어야
수련병원 "전공의도 부족한데 인턴수급도 차질" 우려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증원에 반발해 동맹휴학·수업거부를 약 2주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집단행동이 계속되면 의대생 ‘집단 유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강일인 4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생 휴학으로 인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들은 의대 개강 일정을 미루는 등 학사조정에 나섰다. 의대는 실습 등 빡빡한 학사 일정 탓에 개강이 2~3주 정도 이르다. 다만 지난달 하순부터 시작된 의대생 집단행동 탓에 대학들은 학사일정 미루고 있다. 전북대의 경우 오는 22일까지 의대 수업을 휴강하기로 했다. 원광대도 오는 11일로 개강을 일주일 연기한 상태다.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6시까지 전국 의대생들이 제출한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5401건이다. 전체 의대 재학생 수(1만8793명) 대비 28.7% 수준이다. 다만 이는 교육부가 학부모 동의 등 휴학 신청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한 규모이기에 실제 휴학계 제출 학생 수는 더 많을 것으로 파악된다.

대학들은 개강을 ‘무한정’ 연기할 수는 없다고 토로한다. 의대의 경우 한과목이라도 F학점(낙제점)이 있을 경우 유급될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학칙에 수업일수의 3분의1~4분의 1 이상 결석할 경우 학생에게 F학점을 부여토록 하고 있다. 지역 사립대 A총장은 “수업에 나오지 않는 의대생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무작정 개강을 늦출 순 없다. 학생들이 이달 중순까지는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학은 지난달 16일이었던 의대 개강 날짜를 한차례 연기했다.

집단 유급이 현실화하면 그 여파는 작지 않다. 당장 내년도 의대 신입생과 올해 예과 1학년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수도권 의대 B교수는 “1980년대식으로 학생들을 강당에 대규모로 모아두고 수업해야 할 것”이라며 “최악을 가정하기보다는 학생들을 돌아오게 해 정상적으로 졸업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수련병원의 인턴 수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 소재 의대 C교수는 “대규모 인턴 임용 포기로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대생마저 유급돼 인턴 수급이 안 된다면 수련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업 거부 의대생들에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수업 복귀를 당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은 동요하지 말고 학업에 매진해 달라는 게 교육부 입장”이라며 “정상적으로 수업을 수강해 훌륭한 의료인으로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일부 의대생의 경우 교양수업에는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의대생들이 교양수업은 듣고 있다”고 했다. 의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전공 수업의 경우 학사일정을 조정, 방학 중 보강이 가능하지만 타 단과대에서 진행하는 교양수업은 이런 학사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강일인 4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생 휴학으로 인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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