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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에너지학회에서 “6~7월 사이 비축유 방출이 끝나고 (재비축을 위한) 구매가 시작될 것”이라며 “우크라이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의 수준까지 (비축량을) 확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비축유를 시장에 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방출된 비축유는 1억 8000만배럴에 이른다. 미 정부는 올해도 6월까지 2600만배럴을 추가 판매할 계획이다. 방출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비축유 재고는 1983년 이후 최소치로 떨어졌다. 그랜홈 장관이 정책 전환을 시사한 것도 이런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결과로 해석된다.
그랜홈 장관의 발언 이후 국제 유가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82.94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의 비축유 정책 전환으로 공급이 줄고 수요가 늘어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OPEC+ 회원국들이 하루 116만배럴 추가 감산을 결정한 것도 유가 강세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밥 맥널리 래피단에너지그룹 대표는 “에너지 안보를 우려하는 사람들이나, 가격 안정성을 염려하는 OPEC+ 회원국들엔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에너지 안보 우려를 진정시키거나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데엔 긍정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비축유 방출 중단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 같은 고유가 상황에서 미국도 섣불리 비축유를 매입하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 백악관이 밝힌 비축유 매입 기준 가격은 배럴당 62~72달러로 현재 유가보다 10% 이상 낮다.
또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날도 미국의 3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을 하회하고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침체 가능성을 시사하자 유가 상승폭도 다소 줄어들었다. 다자와 도시타카 후지토미 증권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미 경기침체가 원유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란 전망에 (이날) 랠리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