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미래는 해외 교류…대학원 인정하는 '설치법' 필요"

장병호 기자I 2022.10.25 15:53:59

김대진 총장, 개교 30주년 기자간담회서 밝혀
'고등교육법' 상 '각종학교'로 대학원 인정 안 돼
"학생들 취업에 영향, 학교가 걸림돌 해소해야"
통합캠퍼스 조성·예술영재교육 확산 등 중점 과제로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30년 뒤에는 더 많은 외국인 교수와 유학생들이 이 자리에 앉아 있길 바란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총장은 25일 서울 성북구 한예종 석관캠퍼스 예술극장에서 열린 개교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법’ 제정 추진 의지를 다짐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른 대학처럼 대학원을 설립하고 석·박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대진(왼쪽)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25일 서울 성북구 한예종 석관캠퍼스 예술감독에서 열린 개교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예종)
김 총장은 “한예종은 여러 규제로 인해 학위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해외 유학생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한예종의 해외 진출 기반을 위해서라도 ‘한예종 설치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예종은 1990년 국립예술대학 설립계획과 199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령에 따라 1992년 학교로서 직제를 마련했다. 하지만 대학원 설립과 석·박사 학위 수여는 불가능하다. ‘고등교육법’ 상 ‘각종학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에 한예종에서는 석사 과정에 상응하는 ‘예술전문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역시 박사 입학 시에만 석사 학위에 상응하는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석·박사학위 수여가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해외 대학과의 교류에서도 제약이 있다는 게 김 총장의 주장이다. 그는 “한예종 예술전문사 학생들은 석사 학위를 인정받지 못해 취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예종 설치법’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한예종 설치법’은 앞서 1999년과 2006년에도 두 차례 추진된 바 있다. 그러나 다른 대학들이 한예종에 지나치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반대해 무산됐다. 현재 국회에도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지만, 여전히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다.

김 총장은 다른 대학들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박사 과정을 소수(1개 과 1~2명)로 개설하는 등 다른 대학과의 상생을 위한 발전 계획 수립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어 “한예종이 예술계를 독식하려 한다는 것 또한 기우에 불과하다”면서 “예술교육이 큰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김 총장은 “한예종은 (피아니스트) 임윤찬 같은 스타 학생을 키우는 학교이기도 하지만, 또한 많은 학생이 사회로 나가 각자의 역할을 하며 문화강국을 만드는데 앞장서는 학교이기도 하다”며 “학교는 학생들의 이러한 걸림돌과 차별적 요소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총장은 개교 30주년을 맞은 한예종의 새로운 비전으로 ‘미래를 이끄는 세계 예술교육의 중심, K-아츠(K-Arts)’를 선포했다. 향후 중점 과제로는 △한예종 설치법 제정 △통합캠퍼스 조성 △글로벌 예술대학 도약 △예술영재교육 확산 등을 추진한다.

통합캠퍼스와 관련해선 수도권으로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예종은 현재 서울 성북구 석관동과 서초구 서초동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해 진행한 문체부가 조사한 연구용역에서 한예종 구성원의 80.3%가 수도권에 있어야 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며 “통합캠퍼스는 공연장, 전시장 등 예술현장과 연계가 원활하고, 강사를 섭외하기 위한 좋은 여건의 장소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예종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 한예종 설립을 이끌었던 고 이어령 문화부 장관을 기리는 뜻에서 석관캠퍼스 예술극장을 ‘이어령예술극장’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현판 제막식을 했다. 이 자리에는 이 전 장관의 부인 강인숙 여사, 장남 이승무 한예종 교수 등 유족들이 함께했다.

김대진(왼쪽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부인 강인숙 여사, 장남 이승무 한예종 교수가 25일 서울 성북구 한예종 석관캠퍼스 예술감독에서 열린 ‘이어령예술극장’ 현판 제막식을 가진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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