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 작품을 변역해 온 그는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 2013년 ‘밤이 선생이다’를 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 책은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선물로 건네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 의원은 지난해 5월 5당 원내대표 청와대 회동에서 문 대통령에게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김 여사에겐 ‘밤이 선생이다’를 선물했다.
김 여사는 이후 노 의원에게 “지난번 주신 책을 귀히 잘 읽었다. 제가 원래 황현산 선생님의 맑은 글을 좋아하는데, 더러 신문에 실린 글을 조각 조각 읽다가 이렇게 모아서 보니 울림이 더 크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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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황 전 위원장은 ‘밤이 선생이다’가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역주행하고 있는 데 대해 “(김 여사에게 내 책을 선물한) 노 의원 덕이다”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김 여사에게 이 책을 선물한 이유에 대해 “책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 없이 읽는 책과 생각하게 되는 책. 많은 사람들이 생각 없이 읽는 책을 선호하는데, 읽고 나면 남는 건 지나간 시간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밤이 선생이다’는 읽기 불편한 책이다. 책장을 그냥 넘길 수 없다. 재밌고 유익한데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까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면 굉장히 커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책”이라고 덧붙였다.
노 의원은 시인 폴 발레리의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음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생각의 힘, 생각의 환경, 생각의 기회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 책을 읽음녀 밤에 창조의 시간인 귀한 선생을 만나게 되고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인연이 닿은 두 사람은 공교롭게 한 달 사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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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빈소는 고려대학교의료원 안암병원 장례식장 205호(8일), 301호(9일부터)이고, 발인은 오는 10일 오전 10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