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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업계 케이블 권역폐지 갈등, '중재안'은 없을까

김현아 기자I 2016.11.25 17:20:46

중재안1) 권역제한 폐지하려면 '케이블디지털전환' 지원해야
중재안2) 권역폐지 유보하려면 공정위 논리 깨야(M&A가능 메시지 줘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케이블TV 권역제한 폐지를 놓고 케이블TV 업계와 정부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연내 유료방송 활성화 방안을 최종 발표하면서 78개 권역으로 돼 있는 케이블TV(SO)의 권역 제한을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케이블이 유일한 유료방송사업자였던 20년 전 만들어진 사업권역이 현재 시장상황이나 제도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을 불허하면서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구역 중 21개 구역에서 경쟁제한이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대로라면 LG유플러스의 딜라이브 인수 같은 유료방송 시장의 다른 인수합병(M&A)도 불가능하니 유료방송은 전국 (단위경쟁)시장이라는 메시지를 공정위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케이블 업체의 대표자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권역폐지를 반대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고 국회 로비에다 기자간담회까지 준비하는 등 권역폐지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SK-헬로비전 합병 무산때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평가 기준(78개 권역기준)에 공개질의서를 보냈던 것과 정반대의 모양새다.

미래부는 권역폐지는 강제사항이 아니고 케이블의 퇴로를 열어주자는 의미였는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무엇이 꼬인 걸까.

미래부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일까, 아니면 추가 투자 없이 버티는 시간만 벌려는 케이블의 변심일까.

전문가 일각에선 ‘중재안’을 제시한다. ▲권역제한 폐지를 결정한다면 케이블TV의 디지털전환 지원책을 마련하고 ▲권역폐지를 유예(연구반 가동)한다면 공정위 논리싸움에서 이길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의미다.

11월 9일 방송회관에서 열린 2차 유료방송발전방안 공개토론회에 나온 패널들. 사진 오른쪽부터 최일준 티브로드 상무, 이성춘 KT경영경제연구소 상무, 김성진 SK브로드밴드 CR실장, 최선규 명지대 교수, 유지상 광운대 교수, 김성철 고려대 교수, 주정민 전남대 교수,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과 과장이다. 사진=김유성 기자
◇중재안1) 권역제한 폐지하려면 ‘케이블 디지털전환’ 지원해야

미래부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 1월 1일부터 전국 사업권을 가진 케이블TV 회사가 출현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78개 권역을 일거에 폐지하는 게 아니라, 희망하는 사업자에 한해 사업지역을 확장을해주자는 의미다. 양천구에서 영업하는 SO가 원한다면 강남구에서도 영업할 수 있게 하자는 의미다. 개별 SO권역은 적용 유예(3년 등)해서 별도 보호조치를 마련하려 한다.

하지만 케이블 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도 강남구는 5사(IPTV 업체인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KT스카이라이프, 딜라이브)가 경쟁하는데 양천구에서 영업하는 CJ헬로비전이 들어오면 마구잡이 영업으로 같이 망하자는 것”이라며 “케이블은 설치 산업이어서 결국 한전 전주에 치렁치렁 매달린 회선을 빌려 써야 하는데 이 비용역시 만만치 않다”고 반대했다.

안그래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케이블 회사들이 IPTV와의 경쟁뿐 아니라 케이블간 경쟁에 휘말려 수익성이 급격히 약화될 것이란 의미다. 업계에선 정부가 통신사(IPTV사)로의 헐값 매각을 부추기는 정책이라는 의심마저 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의 권역제한 폐지는 ‘시간’ 문제다. 2018년 말 케이블TV의 디지털전환이 완료되면 IPTV와 케이블TV의 허가체계가 단일화되면서 권역은 무너진다.

때문에 권역폐지가 2017년 중 이뤄진다면 케이블의 디지털전환을 지원하는 지원책을 동시에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19대 국회에서 김장실 의원이 유료방송 디지털전환특별법을 발의했지만 미래부 무관심 속에 사라졌다”면서 “지상파 난시청 해소를 위해 도입된 중계유선방송사업자(RO)가 정부 정책에 따라SO로전환될 때 정부는 갈등 해소를 위해 SO 주주 참여나 전환승인 등의 방법을 쓴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판단대로 라면 케이블 업계는 42개 권역서 50%이상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이리 되면 SK텔레콤은 물론 LG U+도 케이블 회사를 살 수 없게 된다.
◇중재안2)권역폐지 유보하려면 공정위 논리 깨야(M&A가능 메시지 줘야)

미래부가 케이블TV 78개 권역을 일단 유지하고 정책연구반 가동이라는 정책 후퇴를 선언할 경우 딜라이브 등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케이블 회사들의 퇴로를 차단할 우려가 있다.

공정위 입장에선 지난번 SK-헬로비전 인수합병때와 달라진 게 없는데 이 M&A(이를테면 LG유플러스와 딜라이브)를 허용해줄 명분이 없는 것이다.

당시 공정위 결정은 국내 방송통신 시장을 보는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 잘못된 판단이나-청와대 결정에 누군가 개입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있지만-, 정부 스스로 뒤집을 명분이 떨어지는 것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미래부가 케이블 권역폐지를 선언한다고 해서 (사후적으로 보는) 경쟁상황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순 없지만 전문 규제 기관에서 사업권역을 어떻게 보고 주느냐도 공정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권역폐지 유보 시 통신사(IPTV)와 케이블TV간 자발적인 M&A가 또다시 좌절될 수 있다고 평했다.

탄핵 정국을 거쳐 내년 대선 정국으로 가는 와중이라도, 정부의 정책 판단은 중요한 만큼 미래부가 공정위의 잘못된 정책 결정을 뒤집을 논리를 개발하고 싸워야 한다는 의미다.

한 전문가는 “공정위의 잘못된 논리는 아날로그케이블(낮은 지상파 직수신 해결수단)과 디지털케이블(IPTV와 경쟁)을 동일 시장이 아닌 별개 시장으로 보는 것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며 “권역부터 건드리는 것은 위험하고, 방통위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협의해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기준부터 오해없이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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