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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42분쯤에는 닫혀 있던 교문이 열리면서 학생들이 나왔다. 처음으로 교문을 나선 김모(18)군은 “할 수 있는 만큼은 하고 나왔다”며 “끝나서 좋기는 하지만 예체능이라서 아직 실기가 남아서 실기도 잘 하겠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홀가분하다면서도, ‘시원섭섭’한 반응이었다. 인근 언남고등학교에서 온 친구 사이인 노모(18)군, 신모(18)군 등은 “아는 친구들이 많아서 생각보다 떨리지 않았고 모의고사를 본 느낌”이라며 “집에 가서 가족들이랑 저녁 먹고 싶다”고 웃었다. 임성민(19)군은 “체대를 준비하고 있는데 작년에 시험을 못 봐 이번이 재수 같지만 첫 수능”이라며 “사회탐구 과목이 생각보다 쉬워서 다행이었다, 엄마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나올 것 같다”며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4교시를 넘어 제2외국어, 한문 과목을 보는 5교시가 마무리되는 오후 5시 55분쯤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는 어둑해진 하늘 아래 수험생을 기다리는 학부모와 지인들이 모여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수험생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까치발을 들고 담벼락 너머의 학교를 바라보는가 하면, 자녀에게 온 메시지를 놓칠까봐 휴대전화를 꼭 쥔 채 정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또 한 학부모는 “올해는 수학이 어려웠다는데…”라고 걱정어린 읊조림을 했다.
수험생들의 노고를 치하하듯, 한국포도협회는 착즙 주스 진열대를 만들고 무료 나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학교 정문 앞에 모인 50여 명의 학부모와 가족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주스를 나눠줬다. 협회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고생했다는 의미로 용산 지역의 고등학교와 몇 군데에서 무료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험을 끝낸 학생들이 정문으로 쏟아지면서 학교 앞은 활기가 가득했다. 아직 코로나19 유행 탓에 이른 아침 시험장에 들어가는 길은 단체응원 없이 적막했지만, 시험을 끝낸 학생들은 교문을 나서며 해방감을 맘껏 표현했다. 재수생인 친구를 기다리던 이모(19)씨는 “이제 다 끝났어”라고 외치며 친구를 포옹했다. 재수생 조모(19)씨는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기다려줬던 친구들과 제주도로 놀러갈 예정”이라고 했다.
수험생을 기다리던 부모들도 자녀를 포옹하거나 손을 잡아줬다. 이모(47·남)씨는 딸을 안으며 “장하다 내 딸. 고생했어”라는 말을 반복했다. 최모(46)씨는 “지쳤을 것 같아 오늘은 집에서 맛있는 것을 먹이려고 한다”고 말하며 딸을 부둥켜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