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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정권심판 구호는 부당…애쓰는 文에 고맙다 해줄 수 없나”

이유림 기자I 2021.11.17 15:23:13

"文, 옆에서 보기에 안쓰럽고 죄송"
"퇴임 후 ''숲 해설가'' 되면 좋겠다"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정권심판이라는 구호는 부당하고 불편하다”며 “마지막까지 애쓰는 대통령에게 수고한다, 고맙다고 해 줄 수는 없는 것이냐”고 말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6월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다시 시작하는 남북합의 이행’ 주제의 전국 남북교류협력 지방정부협의회·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 전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새로 들어설 정부는 반사체로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새로운 신임을 받아야 한다”며 “거친 것들이 난무하는 강호에도 서로를 존중하는 의리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동시에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임 전 실장은 “대선의 시계가 째깍거리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간다. 많은 일이 그렇듯 설렘으로 시작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인수위 기간이 없는 상황을 수도 없이 가정하며 대비했지만 탄핵받은 정부의 국무위원과 두 달이 넘게 동거하며 초기 국정의 틀을 잡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통령의 경험과 원칙이 모든 부족분을 메웠다”며 문재인 정부의 ‘공’과 ‘과’를 언급했다.

임 전 실장은 “격화된 국내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문재인 정부의 초기 정체성을 ‘애국과 보훈’으로 설정하고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합을 강조하며 국가 기념일을 의미 있게 챙겨나갔고 국가유공자들에게 예우를 다하려 공을 들였다”며 “악화된 외교 환경을 개선하고 외교적 지평을 새로 확장하는 일에 역점을 두었다. 거의 매일 최고위 단위에서 미국과 소통하는 동시에 한한령을 해제하기 위해 중국과도 긴밀한 협의를 해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위안부 합의를 바로잡고 일본과의 관계를 실용적으로 개선하는 이른바 투트랙 한일관계는 상대와 손발이 맞지가 않았다”며 “주도적으로 신남방, 신중동, 신중앙아시아 외교를 펼쳐 나갔다. 대통령은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한 유일한 대통령이 되었고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UAE, 우즈벡 등의 지도자들과 형제 같은 우정을 쌓았다”고 밝혔다.

또 “하노이에서 멈춰선 남북 평화열차는 못내 아쉽다”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북미 관계의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성과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그 차별성이 있다. 한미관계에 몇 배의 공을 들인 이유이다. 냉엄한 국제현실에서 미국의 인내와 동의 없이는 한반도에서 시대사적 전환을 이루는 일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에 바탕한 노력이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기후위기 행동플랜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밀어붙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고 존경받는 나라가 되었다”며 “코로나19가 엄습해오면서 문재인 정부는 위기관리 정부의 성격이 뚜렷해졌다. 코로나 위기 동안 대한민국이 이룬 성과는 눈이 부시다. 온전히 국민의 눈물과 땀으로 이룬 성과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노력 또한 남달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거의 모든 분야의 산업 지표가 좋다”며 “반도체,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전통 산업은 또다른 전성기를 맞고 있고, 부품 소재 분야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으며,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도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미국, 중국에 이어 으뜸 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아프고 또 아프다”고 언급했다. 그는 “글로벌 환경이 그렇다고 하는 건 지식인의 변명이다. 정치의 책임은 그만큼 무겁다.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데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정부가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무엇보다 다음 정부가 이 소중한 꿈을 되살려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해 “애써 권력을 쥐는 사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그렇게 보내고 운명이 그렇게 된 것이다. 문재인은 그래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죽어라 일을 한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몸을 혹사한다”며 “옆에서 보기 안쓰럽고 죄송할 따름”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문재인에게 위로는 자연과 동물이다. 임기를 마치면 노 대통령이 꿈꿨던 서민의 삶을 당신은 꼭 살아가시길 바란다”며 “‘숲 해설가’가 되시면 그것도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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