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년…보육교사 79% “변화없어”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박순엽 기자I 2020.07.20 14:13:52

보육교사 단체, 20일 노동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
“교사 70.3%, 1년간 괴롭힘 경험·관찰한 적 있어”
“비민주적 운영구조 바꿔야…정부 실질 통제 요구”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린이집 보육교사 10명 중 7명은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거나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는 보육교사들도 전체의 20%에 그치면서 보육교사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2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보육교사 1060명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이 됐지만, 여전히 보육교사들에 대한 괴롭힘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이 2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실에서 ‘2020 상반기 보육교사 노동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육교사 79% “괴롭힘 줄지 않아”…가해자 대부분은 원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거나 다른 이들이 당하는 걸 본 적이 있다고 답변한 보육교사는 전체의 70.3%(745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조사(57.3%)보다 1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7월 16일 법 시행 이후 괴롭힘이 줄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보육교사들도 전체의 79.3%에 이르렀다.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교사 중 어린이집 원장이나 이사장 등 어린이집 대표가 가해자라는 비율은 78.3%나 됐다. 함미영 보육지부장은 “어린이집 내 원장·이사장 권력을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수치”라며 “보육교사들은 원장의 괴롭힘에 대응조차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괴롭힘을 당한 교사 중 89.66%는 괴롭힘을 신고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그 원인으론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낮았다”(65.7%), “신고 후 불이익이 우려됐다”(64.8%)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들의 우려대로 실제 괴롭힘을 신고한 교사들은 대부분 불이익을 겪었다. 신고한 교사 중 2차 괴롭힘, 해고 등을 경험했다고 털어놓은 이들은 76.6%에 달했다.

서울시 민간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한 보육교사는 원장의 페이백(원장이 교사에게 지급해야 할 정부·지자체 지원금 일부를 원천 공제하거나 현금으로 돌려받는 행위) 요구를 불법이란 이유로 거절했다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장이 모바일 단체 대화방에서 제외해 왕따를 시키고, 휴대전화·녹음기가 있는지 몸수색까지 한다”고 밝혔다.

2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실에서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주최로 진행된 ‘2020 상반기 보육교사 노동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괴롭힘 없는 어린이집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민주적 운영 구조 바꿔야…관련 교육도 필요”

어린이집에서의 계속되는 직장 내 괴롭힘의 원인으론 비민주적 어린이집 운영 구조가 꼽혔다. 이선희 보육지부 부지부장은 “괴롭힘을 당한 교사 중 67.1%는 직장 내 권력자인 원장을 견제할 수 없는 비민주적인 운영이 그 원인이라고 답했다”며 “원장 중심의 비민주적 운영 구조를 바꿔야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어린이집에 대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통제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관리 감독·보육교사 처우 개선 노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보육교사가 전체의 85.6%에 이른다”며 “정부가 원장의 괴롭힘 행위만 아니라 전반적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현장 교사들이 이 문제에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육지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조은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교육을 들어본 교사들이 그렇지 않은 교사들보다 20.6%나 직장 괴롭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느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관련 교육을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