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코스피가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이틀 연속 하락했다. 유가 급락에 따른 글로벌 증시 불안이 국내 증시 약세를 초래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2000억원에 육박하는 매도 물량을 쏟아내자 1900선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5.93포인트, 0.84% 내린 1890.67로 거래를 마쳤다. 개장 이후 한 번도 상승 반전하지 못했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뉴욕 증시가 무너진 여파가 코스피에 그대로 전달됐다.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국제 유가 하락과 에너지 기업들의 부진 여파로 2% 가까이 급락했다.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날보다 1.8% 떨어진 1만6153.54로 마감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1.87% 내린 1903.03으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도 4516.95로 2.24% 하락했다.
국제 유가는 중동 산유국들이 감산 논의를 위한 긴급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개최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30달러선 밑으로 추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5.5% 하락한 배럴당 29.88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3월물 선물 가격도 4.09% 떨어진 배럴당 32.84달러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날 1분기 재정 집행을 21조원 이상 확대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도 6월까지 연장하는 등의 부양책을 내놨지만 증시는 냉담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193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난달 22일 이후 9거래일 만에 최대 물량을 팔아치웠다. 기관은 5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이틀만에 매수세로 돌아서 1227억원을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과 비차익을 합쳐 205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대부분이 업종이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의료정밀(-3.80%)과 은행(-2.89%), 통신업(-2.69%), 증권(-2.63%) 등의 낙폭이 컸다. 오른 업종은 화학(1.26%)과 의약품(0.58%), 섬유의복(0.30%), 보험(0.19%) 정도가 전부였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줄줄이 내렸다.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는 0.87% 하락한 114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000660)(-3.51%)와 삼성물산(028260)(-2.66%)은 2% 이상 빠졌다. 시총 10위권에서 오른 종목은 아모레퍼시픽(2.57%)과 삼성생명(032830)(0.89%), NAVER(035420)(0.17%) 등 3개에 불과했다.
현대차그룹주는 정부의 개소세 인하 연장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못 봤다. 기아차(000270)(0.93%)를 제외한 현대차(005380)(-0.39%), 현대모비스(012330)(-1.03%), 현대제철(004020)(-3.09%), 현대글로비스(086280)(-1.98%), 현대위아(011210)(-2.94%), 이노션(214320)(-0.61%)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 거래량은 4억301만6000주, 거래대금은 4조7396억8600만원을 기록했다. 548개 종목이 하락했고 274개가 상승했다. 하한가와 상한가는 없었다. 50개 종목은 보합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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