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미 첫 일정은 시애틀에서…'사이버안보' 의식

권소현 기자I 2015.09.22 17:27:55

지적재산권 침해·해킹 비난 의식…IT기업 수장 만나 설득
WSJ와 인터뷰에서도 사이버안보 협력 의지 강조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70차 유엔총회 참석을 겸해 22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국빈 방문길에 나선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은 지난 2013년 6월에 이어 국가주석 취임 후 두 번째이며 국빈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이날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전용기편으로 출국하며 첫 행선지는 행정수도 워싱턴 D.C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州) 시애틀이다. 그는 이곳에서 IT 기업 수장들을 만날 예정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덩샤오핑(1979년), 장쩌민(1993년), 후진타오(2006년)에 이어 시 주석까지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4명 연속으로 워싱턴 주를 방문하게 됐다.

◇시 주석, 시애틀서 지재권 논란 잠재울 듯

시 주석은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22∼24일 시애틀에서 미국의 주요 기업인들과 만나 경제분야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처럼 시애틀로 먼저 달려가는 것은 양국 간 최대 현안으로 사이버공격이 떠오른 것을 의식한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중국 기업이나 개인들이 해킹을 통해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기밀을 빼내가고 있다며 제재를 취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미국 지재권 침해 위원회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해킹을 통해 지재권 침해를 당한 피해 규모는 한 해 3000억달러(약 354조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일축해왔다. 시 주석은 미국 IT 경영진들을 만나 중국 측 입장을 설명하고 오바마 행정부를 설득하는데 도와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전 기술 자문관 알렉 로스는 “기본적으로 중국은 이같은 해킹을 상업적인 문제로 간주하기 때문에 중국 국유기업이나 국가 보조를 받는 기업들의 성장성이나 수익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반면 미국은 이를 국가 보안 문제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윈 등 중국 기업 총수도 총출동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이 창설한 폴슨 재단의 주관으로 23일 열리는 미중 기업인 좌담회에서 시 주석은 양국이 직면한 문제, 도전과 기회, 경제무역 관계 강화 방안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중국측에서는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리옌훙(李彦宏) 바이두(百度) 회장, 마화텅(馬化騰) 텅쉰(騰訊·텐센트) 회장, 양위안칭(楊元慶) 롄샹(聯想·레노보)그룹 회장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이 총출동한다.

시 주석이 시애틀에서 회동하는 미국측 IT기업 경영진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는 초대받았지만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초대받았는지 여부도 알려지지 않았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참석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0년 구글이 중국 정부의 검열 요구를 거부하고 공식적으로 철수해 중국 정부 눈 밖에 났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해부터 다시 중국 진출을 타진해왔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 주석은 IT 경영진으로부터 불만사항도 들을 예정이다.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 외에도 미국 IT 업체들은 중국에서 사업할 때 여러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중국이 사회적 불안 조장이나 스파이 행위를 가능케 하는 인터넷의 기능을 우려하면서 통제에 나선 탓이다. 실제 지난 7월 시행된 국가안전법에서 중국은 모든 정보에 대해 보안을 보장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시진핑 “경제개혁 계속…위안화 인위적인 절하 없다”

한편 시 주석은 방미 전 미국 경제전문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와 정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최근 중국 경제 둔화 우려에 대해 정책적 의지를 강조하면서 진화에 나선 것이다.

시 주석은 중국을 거친 바다에 떠 있는 배로 비유하면서 “배의 규모가 크다고 해도 높은 파도에는 불안한 항해를 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를 급락으로 이끈 위안화 깜짝 평가절하에 대해서 시 주석은 “위안화 환율 제도 개혁은 시장 주도적 방향으로 꾸준히 이뤄질 것”이라며 “중국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과잉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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