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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생존 위해 내년 투자 줄일 것…흑자도산 기업 나올 수도"

이다원 기자I 2022.12.26 19:16:40

[경제 전문가 4인 진단]내년 경제 '혹한기' 닥친다
주요 기업들 투자 감축하며 '생존전략' 선택할 듯
투자→고용→소비 '악순환' 뻔한데…세 부담 여전
국내 기업 경쟁력 낮추고 韓 투자 매력까지 '뚝'
주요 산업이라도 살리려면 세액공제 방안 찾아야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내년 전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투자 규모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세액 공제는커녕 법인세조차 완화하지 않아 기업 경영에 혹한기가 닥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왼쪽부터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26일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일제히 내년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우리 기업 경영 환경 역시 ‘혹한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기로 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내년 경제 전망이 정말 심각하다”며 “기업들은 현금을 확보하고 신규 투자와 채용을 줄이는 비상경영 체제를 택할 수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에 따른 기업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고용과 투자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미 감원과 구조조정이 주요 기업에서 포착되고 있고 내년 신규 채용 계획도 많이 줄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민간 투자의 경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에서 내년 투자를 올해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기업이 등장하는 등 상당히 부진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가 줄면 고용이 위축되고 결과적으론 민간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에는 이자 부담이 늘고 소비는 줄면서 기업의 흑자 도산 위험까지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임에도 세금 부담은 여전하다.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전 구간에서 1%포인트씩 내렸다. 반도체 설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경우 공제율이 2%포인트 오른 8%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이 결국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투자처로서 갖는 매력까지 끌어내릴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법인세는 여전히 최고세율이 24%인데다 누진세이기까지 하다”고 지적한 뒤 “미국이나 유럽이 우리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상황에서 세액 공제가 적은 단점을 보완할 요소가 없다면 굳이 투자할 이유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종 교수도 “정부가 기업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법인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보다도 높고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 역시 미국·대만(25%)보다 훨씬 낮다”고 비판했다. 이어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외국인 직접투자 유출이 유입의 3~5배가 되고 삼성·LG·현대 등 기업들이 미국,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요 산업만이라도 지원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정식 교수는 “정치적 이유들로 법을 통과시켜서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반도체·디스플레이, 배터리·바이오·이차전지, 군수산업 등 육성 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다른 방법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수를 안정시키고 경기가 연착륙할 방안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수출 업종과 바이오·전기차 등 기술 투자가 많은 업종에 한해서는 세액공제 부분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며 “반도체 장비 등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수출·R&D 관련 세액공제가 미비한데 이를 계속 늘리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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