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도 지난 8일서부터 일주일 째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출근 저지 첫날 조합원 30여 명이 투쟁에 나왔던 것에 반해, 이날에는 약 300명이 집회에 나오며 투쟁을 이어갔다. 강 회장을 향해 “산업은행 지방 이전, 국가 경제 골병든다”고 규정하고 “강 회장이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책은행 노조의 회장 또는 행장 반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을 제외하곤 대체로 출근 저지가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던 역대 산업은행 회장 또는 국책은행장과 달리, 강 회장의 최장기 기록이 산업은행 내에서 유력한 상태이다.
실제 민유성 산업은행 당시 총재는 2008년 6월 11일 금융위에서 임명장을 받은 뒤 노조의 반발로 공식 취임을 갖지 못했으나, 이틀 뒤인 13일 산은 본점에서 취임식을 열며 출근할 수 있었다. 강만수 당시 산은 회장도 2011년 3월 11일 임명된 뒤 13일 취임식을 열며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홍기택 산은 전 회장도 2013년 4월 4일 산은 지주회장으로 제청된 뒤 9일 취임식을 열었다.
영남대 석좌교수 출신의 이동걸 전 회장은 2016년 2월 4일 제청된 뒤 설연휴 등을 거쳐 12일 취임했다. 당시 이 회장은 본사 노조를 직접 찾아가 150여 명의 간부들과 오랜 시간 의견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직전인 이동걸 전 회장 또한 2017년 9월 7일 제청된 뒤, 노조원들과의 토론회 뒤 11일 취임할 수 있었다. 이동걸 신임 회장이 내정되자 산은노조 역시 ‘낙하산 인사 반대’를 외쳤지만, 이 회장이 노조에 대화를 제안하고 여러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자 노조는 출근 저지 방침을 철회했다.
국책은행으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최장기 27일 출근 저지를 당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을 제외하곤 은성수,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이 5일동안 노조에 출근이 막혀 발길을 돌린 바 있다. 국무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방문규 전 수은 행장 또한 임명 사흘 만에 노조와 마찰 없이 취임식을 열며 출근할 수 있었다. 방 전 행장은 임명 직후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는 노조를 찾아가 소통을 이어가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산은의 업무 공백이 길어질수록 노사 모두 패자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 경제·금융상황이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주요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중첩되고 있어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산은의 역할이 대두될 수밖에 없어서다. 산은 회장과 조합원 간의 평행선을 달리는 입장 차이가 자칫 경제 위기 상황을 도외시한다고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사와 정부 공이 한발씩 물러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정부와 여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산업은행 이전을 밀어 붙이는 모양새”라면서 “부산 이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기능분리 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글로벌과 자본시장 부문은 서울 지역에 남기고 중소, 기업금융 등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