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더 빨리"…해킹까지 불사하는 중·러

김보겸 기자I 2020.07.17 18:05:26

코로나 백신 개발에 속도내는 중·러
러시아 해킹 집단, 英 연구기관 접근
美 "중국에서도 유학생 동원해 해킹"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코로나19 백신을 더 빨리 개발하려는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나라의 지원을 받는 해킹집단이 다른 국가의 백신 연구기관을 들여다보려는 시도까지 불사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군비경쟁이란 평가도 나온다.

미국 국가안보국과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는 16일(현지시간) 러시아 해커집단 ‘코지베어(Cozy Bear)’가 미국과 영국 등의 코로나19 백신 연구기관에 해킹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코지베어의 타깃이 된 곳은 백신을 공동 연구 중인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다. 이들이 개발하는 백신 후보물질은 “세계 각국에서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세계보건기구·WHO)는 평가를 받는다.

코지베어는 ‘웰메스’ ‘웰메일’ 등 악성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연구기관 직원에게 피싱 메일을 보내 비밀번호를 유출하는 식으로 보안 자료에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옥스퍼드대 관계자는 “러시아 과학자들이 보고한 백신 연구 접근법과 우리 방식 사이에 놀라운 유사성을 발견했다”며 해킹 의혹을 제기했다.

러시아뿐만 아니다. 중국 정부가 유학생까지 끌어들여 백신 관련 정보 쟁탈전을 벌인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10일 “중국이 유학생과 교수, 연구원 등을 동원해 미국 주요 대학과 민간 연구소의 코로나19 정보를 빼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올해 5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 직원을 상대로 해킹을 시도하다 적발됐다. 길리어드가 당초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용으로 개발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회복시간을 앞당기는 등 긍정적인 실험 결과가 나오면서 백신 후보물질이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일었다. 이란 해커들은 길리어드 직원에게 보낸 악성 이메일을 바탕으로 비밀번호를 추측해 보안망을 뚫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이 해킹까지 불사하며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건 타국의 백신 개발을 방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백신을 더 빨리 개발해야 코로나19 사태로 악화한 국민 건강과 경제를 원래 상태로 되돌려놓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백신 개발을 지휘하고 있다. 올해 가을까지 코로나19 백신을 보유하겠다며 군인까지 임상시험에 동원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WHO 총회 등에서 백신 연구를 세 차례나 독려했다. 중국 백신 개발업체 시노벡은 오는 20일부터 브라질에서 지원자 약 9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3차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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