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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12 양산 단계 가능성"… 北 '태평양 미사일 도발 지속' 으름장

김관용 기자I 2017.08.30 15:54:07

北, IRBM 첫 정상각도 사격…'시험발사' 아닌 '발사훈련'
北 미사일 기술 개발 속도 빨라, 美 본토 위협 눈앞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처음으로 정상 각도로 사격해 미국령인 괌에 대한 타격 능력을 입증했다. 탄도미사일 개발에서 실전배치까지의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다. 특히 태평양을 향한 탄도미사일 도발을 계속 감행할 것이라고 예고함에 따라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 위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억제력을 확보하면서 대미 협상력을 높인다는 노림수로 해석된다.

◇‘시험발사’ 아닌 ‘발사훈련’…화성-12 양산·전력화 단계

3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전날 화성-12형 발사를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이번 탄도로켓 발사훈련은 우리 군대가 진행한 태평양 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걸음”이라며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으로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앞으로 태평양을 목표로 삼고 탄도로켓 발사훈련을 많이 해 전략 무력의 전력화, 실전화, 현대화를 적극 다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정은은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는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며 그에 따라 차후 행동을 결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지난 5월 14일 화성-12형 발사 당시 이를 ‘시험발사’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발사훈련’이라고 했다. 화성-12형이 사실상 실전배치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29일 북한이 쏘아올린 화성-12형 발사 모습. 지난 5월 14일 시험발사한 화성-12의 일련번호는 ㅈ11831851이었는데 이번엔 ㅈ11831805로 끝 세 자리 숫자의 변화가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화성-12의 동체에 주기된 일련 번호가 급격히 변화한 것으로 봐서는 양산 단계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의 ‘실전 운영 능력 확정’ 주장은 북한이 곧 실전배치를 할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탄두의 목표 도달 정확도를 높이는 재진입체 운반체(PBV) 기술과 중거리 탄도미사일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듯 보인다”면서 “탄두가 3조각으로 분리된 것은 PBV와 동체, 재진입체 분리 과정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엔진 지상 분출 시험 2달 만에 시험발사까지 성공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발전은 상식선을 뛰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이번 화성-12에 탑재된 엔진은 지난 3월 18일 지상 분출 시험을 한 이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화성-12에 실제 탑재됐다. 북한은 지난 5월 14일 이 엔진을 탑재한 화성-12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특히 김정은은 고체연료 엔진 기반의 북극성-2형을 단 두 번 시험발사하고는 실전배치를 지시했다. 기존에 ICBM을 개발했던 국가들과 달리 북한은 엔진시험에 몇 번 성공하면 바로 비행시험을 하고 비행시험도 성공하면 실전배치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은 “일단 열병식에서 공개한 다음 시험발사하는 북한식의 미사일 개발 형태를 두고 서구식 잣대를 들이대면 항상 과소평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이나 구소련처럼 수십 수백 번의 시험발사는 전방위 대북제재로 압박받고 있는 북한에게는 사치이며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화성-12형 발사 현장을 참관하고 있는 김정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ICBM 대신 화성-12로 美 본토 위협할 수도

특히 이 연구원은 ‘화성12형을 통해 본 북한의 ICBM 개발 전망’ 보고서를 통해 ICBM의 고속 재진입 기술에 북한이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IRBM급의 재진입 기술을 확보한 만큼 이를 통해 대미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ICBM에 사용되는 화학적 삭마(융제) 방식을 화성-12에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화학적 삭마는 ICBM급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시 형성되는 6000~7000℃ 이상의 고온·고압 조건에서 재진입제 외피가 열을 흡수해 공기 중으로 날아감으로써 탄두를 보호하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재진입 기술이다.

IRBM의 재진입체에 가해지는 최대 상승 온도는 ICBM 보다 낮은 3000~400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화학적 삭마 현상 없이 버틸 수 있는 재료로 화성-12의 탄두를 보호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ICBM 재진입체의 낙하 속도인 마하 20~24를 재진입 당시 IRBM 수준인 마하 15~20으로 감소시키면 굳이 화학적 삭마를 일으키지 않고도 재진입이 가능하다.

화성-12의 탄두의 중량은 1톤이 조금 안되는 정도로 추산된다. 이를 500kg 정도로 줄이면 ICBM의 기준이 되는 사거리 5500km를 넘어 6000km 이상은 충분히 비행이 가능한 수준이라는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화성-12로 괌 뿐 아니라 미 알래스카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북한이 굳이 ICBM을 1만km 이상 발사해 강력한 압박에 봉착하는 것보다는 능력만 보여줌으로써 억제력을 달성하고 협상력도 높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北 잇따른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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