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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우리는 테크놀로지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결정할 수 있다. 테크놀로지가 인간을 섬기게 할 건지 인간을 조종하게 할 건지는 우리가 선택한다.”
변방의 유인원이던 호모 사피엔스가 여러 인간 종을 물리치고 지구를 지배하는 과정과 미래 인공지능의 도래를 예측한 ‘사피엔스’(김영사)의 저자 유발 하라리(40)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하라리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순화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방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시종일관 확실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피엔스’는 현재 30개 언어로 출간했으며 국내서는 지난해 11월 출간 후 13만부가 팔렸다.
하라리 교수는 먼저 인공지능(AI)의 도래에 대해 “30~40년 안에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직업에서 인간을 몰아낼 것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답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이 발달하더라도 인간의 감성지능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이를 확신할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감정도 뇌 속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알고리즘에 따른 결과이기에 인공지능이 표정과 언어를 분석해 더욱 뛰어나게 인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인공지능인 알파고는 바둑에서 이세돌을 이겼다고 해서 기뻐하거나 즐거워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강력한 컴퓨터나 소프트웨어도 의식이 없다는 점은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인간이 주목해야 할 분야는 인간의 내면이 돼야 한다는 것이 하라리 교수의 주장이다. 하라리 교수는 “역사적으로 인간은 늘 자기 외부를 바꾸면서 행복해지려 했다”며 “이제 그것이 해결책이 아니란 걸 인정하고 우리의 내면으로 눈을 돌려보면 새로운 행복의 모델을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른 인간의 종속 여부는 인간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라리 교수는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80~90%는 지금의 아이들이 40대가 되었을 때 쓸모가 없을 것이 많다”며 “지금 아이들은 어른에게 배워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 불가능한 역사상 첫 세대가 될 것인 만큼 ‘어떻게 하면 항상 변화하며 살 수 있을까’ ‘내가 모른다는 것을 어떻게 늘 기억하며 살까’란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고 현 교육시스템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라리 교수가 체험한 가장 큰 기술의 발전은 인터넷이나 인공지능 등의 IT 분야가 아니었다. 하라리 교수는 “항생제와 백신이 발전하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어렸을 때 죽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라며 “이 시대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은 인공지능으로 인류가 차츰 문명의 조정가능성을 기계에 빼앗기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라리 교수는 오는 1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서울시 독서토론 모임, 경희대 등에서 강연을 통해 국내 독자와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