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그리스…갈 길 멀다

권소현 기자I 2015.07.13 18:21:38
[이데일리 권소현 김인경 기자]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앞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유턴한 그리스. 일단 구제금융안 협상 타결로 한숨 돌렸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그리스가 개혁안을 이행하는지 보고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조건부 승인이나 마찬가지다. 당장 개혁안 입법까지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스 내부 반발은 더 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 부결로 환호했던 그리스 국민들은 보다 강력한 긴축안에 망연자실한 상태다. 치프라스의 정치적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렉시트 위기 일단 모면

13일(이하 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개혁안을 수용하고 구제금융안 제공에 합의하면서 그리스는 일단 그렉시트 위협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로써 5개월 동안 끌어온 구제금융 협상도 일단 마무리됐다. 지난 2월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가 6월 최종 협상이 결렬된 이후 국민투표 등을 거치면서 드라마틱한 과정을 겪었던 그리스도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나아진 것은 없다. 그리스는 국민투표에서 구제금융안 부결에 자신감을 얻어 다시 협상에 나섰지만 그 사이 여건은 더욱 악화됐다. 은행 영업 중단과 자본통제 등으로 금융시스템은 거의 마비됐고 경제는 멈춘 것이다.

유로존은 이를 반영해 재정목표를 더욱 깐깐하게 제시하는 등 그리스에 좀 더 강력한 개혁안을 요구했다. 치프라스 총리도 내줄 건 다 내줬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뒤로 물러섰지만 협상은 쉽지 않았다. 과연 그리스가 이 개혁안을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11~12일 긴 회의 끝에 과세기반 확대, 연금지출 삭감, 재정지출 자동중단, 행정부 정치 간섭 배제 등의 개혁안을 15일까지 입법화할 것을 요구해 정상회의로 공을 넘겼다. 이를 통해 이행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상회의에서도 의견차이를 좁히기 어려웠지만, 독일과 핀란드 등 일부 국가들이 그렉시트를 공공연하게 언급하면서 그리스를 압박하자 결국 치프라스 총리는 두 손 들었다. 그리스가 채권단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선에서 합의한 것이다.

◇갈등 봉합됐나…15일까지 입법 첫 고비

그러나 이번 협상이 갈등의 종결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가능성도 높다.

먼저 이번 개혁안이 15일 그리스 국회에서 통과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치프라스 총리가 9일 제출한 개혁안은 국민투표 이전 협상안보다 더 강한 긴축을 내세우고 있다. 앞서 채권단은 재정지출을 80억유로 감축할 것을 요구했지만, 새 협상안에서는 120억유로(약 15조원)로 늘었다. 그리스 내부에서 국민투표를 왜 했느냐는 반응이 나오면서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파노스 스쿨레티스 그리스 노동부 장관은 “이번 협상안이 그리스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부정적인 여론이 큰 상황이다.

이미 지난 11일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위한 개혁안에 대해 급진 좌파 집권당 시리자 내부에서 17명이 반기를 든 바 있다. 소속 정당에서도 반발이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치프라스 총리의 실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미 일부 외신들은 가을께 조기 총선이 치러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독일이나 프랑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 국가에서 의회 승인도 이어져야 한다.

독일만 해도 기민당이 그리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데다 매파적 입장인 쇼이블레 재무장관 지지율이 70%까지 오르는 등 국민 여론 역시 반(反) 그리스에 가깝다. 핀란드 의회 역시 11일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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