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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살인범죄는 존엄하고 절대적 가치를 지닌 생명을 비가역적으로 침해한 범죄 특성 자체로 다른 범죄와 비교할 수 없게 죄질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 피고인이 두 사람을 잔혹하게 연달아 살해했을 때 범행 현장에서 느꼈을 피해자들의 심리적, 신체적 고통의 정도는 가늠할 수 조차 없다”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가족 두 사람을 한꺼번에 잃게 된 유가족들이 앞으로 겪을 정신적 고통의 깊이도 상상하기 어렵고 유가족들은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피해자인 60대 여성 A씨와 교제했던 사이로, A씨의 딸 B씨 등 가족들이 교제를 반대하고 피해자도 이별을 통보하자 지난 5월30일 이들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박씨의 우발적 범행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획 살인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당시 사전에 피해자가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빼앗고 피해자가 설치해 둔 현관문 고정장치를 해제해 도주경로를 차단하는 준비를 했고 사전에 피해자들을 살해할 것을 마음먹지 않았다면 불가능할 정도로 신속하게 살인 범행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범행 방법이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집요하고 잔혹하고 피고인은 도주 및 증거은닉 방법을 사전에 대략적으로 구상해뒀을 가능성이 높다”며 “피고인은 범행과 관련된 정황을 사실과 다르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해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에 대한 통합심리분석 결과, 피고인이 공판 과정에서 보인 태도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씨는 범행 당시 모녀의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 부근 커피숍에서 결별 통보를 받자 ‘B씨에게 직접 확인하겠다’며 사무실로 가 B씨를 살해하고 도망가는 A씨를 쫓아가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도주 중 범행 현장 인근의 한 아파트 공원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박학선의 범행으로 A씨가 현장에서 숨졌고, 30대인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박학선을 추적한 끝에 다음 날인 5월31일 범행 약 13시간 만인 오전 7시45분께 서울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인근 노상에서 긴급 체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근 심각해지는 연인 간 범죄에 경종을 울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사정 등을 감안해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