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청소년극 신작 '탱크; 0-24'
여신동 구성·미술·연출. 오혁 사운드·음악
무대장치·조명 활용해 청소년의 감성 체감
감각적이면서 정적인 '내면으로의 여행'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당신의 나이는 몇 살입니까?”
국립극단 청소년극 ‘Tank ; 0-24’(탱크영투이십사)를 보는 동안 관객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이때 ‘나이’는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아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 또한 “너는 몇 살인 건 같아?”라는 질문을 주고 받는다. 대답은 제각각이다. 이 질문은 곧 “너는 어떤 사람이니?”라는 의미다.
| 국립극단 청소년극 ‘Tank ; 0-24’(탱크영투이십사)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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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k ; 0-24’는 매 공연 90%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믿고 보는 공연’으로 자리매김한 국립극단 청소년극 신작이다. 지난 10월 26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무대미술가 여신동이 구성·미술·연출을 맡고 밴드 혁오의 리더 오혁이 사운드·음악을 담당했다.
작품을 한 마디로 소개하면 ‘자신의 내면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시작은 매우 감각적이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그러나 강렬한 에너지가 사라진 자리에는 깊고 깊은 어둠이 있다. 그 속에서 한줄기 빛과 같은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WARNING’. 공연장에 들어서면 무대에서 가장 먼저 반기는 글자다. 검은색의 거대한 벽에 써 있는 이 빨간 글씨는 앞으로 펼쳐질 여행에 대한 ‘경고’다. 불안함도 잠시, 무대 앞쪽 오케스트라 피트가 올라오면서 공연장 분위기가 반전된다. 탐험을 앞둔 이들의 대기실. 누군가는 노래방 기계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누군가는 바닥에 누워 움직이지 않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에너지가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 국립극단 청소년극 ‘Tank ; 0-24’(탱크영투이십사)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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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가고 나면 진짜 여정이 시작된다. 모든 조명이 꺼진 무대 위, 방호복을 입은 배우들이 불빛을 향해 서서히 움직인다.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것 같은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무대 바닥에 낮게 깔린 연기가 조명과 만나 마치 구름이 흘러가는 듯 경이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마침내 다다른 곳, 작은 구멍 위에서 새빨간 풍선 하나가 모습을 드리운다. 아름답게 떠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이다. “잘 지냈니? 어떻게 지냈어?” 모두의 마음 속, 잊고 지낸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 그곳에 있다.
제목 ‘탱크’는 어린이·청소년의 강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상징한다 .‘인생의 시공간, 비어 있고 각자가 채울 수 있는 탱크와 운송수단인 탱크의 진동’이라는 의미다. ‘0-24’는 0세부터 24세까지로 일컬어지는 어린이·청소년의 연령과 0시부터 24시까지의 하루, 그리고 그 하루가 모여 흘러가는 우리의 인생을 나타낸다. 작품은 청소년기가 우리 내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게 한다. 청소년기를 이미 오래 전 지나온 성인에게도 그 시절의 경험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체감하게 만든다.
| 국립극단 청소년극 ‘Tank ; 0-24’(탱크영투이십사)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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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청소년극으로는 최초로 중극장 규모의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기존 청소년극에선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무대장치와 조명의 활용이 눈에 띈다. 공연 말미에 등장하는 눈부신 조명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쳐야만 하는 인생에 대한 환희를 보여주는 듯 하다. 여신동 연출은 ““마침내 도착한 우리 마음 깊은 곳은 생소하고 기묘할지도, 생각했던 것보다 아름다울지도 모른다”라며 “이 공연이 모든 관객 여러분께 자기 자신의 ‘탱크’ 깊숙이 들어가 보는 여행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배우 권주영, 김은기, 김정, 김정화, 박수진, 이혜리 등이 출연한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진행한 청소년 대상 워크숍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매회 번갈아 무대에 직접 오른다. 공연은 오는 19일까지 이어진다.
| 국립극단 청소년극 ‘Tank ; 0-24’(탱크영투이십사)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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