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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피제 무효 판결, 줄소송 촉발…제2의 통상임금 사태 우려"

최영지 기자I 2022.06.08 17:09:29

전경련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쟁점과 대응방안' 세미나
전문가들, 경제계 관측과 달리 '정년연장형도 문제 될 것'
"기업들, 노사분쟁 사전 예방해야"…업무강도 감축 등 제시
권태신 "기업인들, 격렬한 노사갈등 가능성에 전전긍긍"

김도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임금피크제 대법원 판결의 이해’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최영지기자)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최근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으로 직원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확정 판결이 나오면서 기업을 향한 근로자 및 노동조합 중심의 무더기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정년유지형’에 한해서만 향후 효력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란 경제계의 관측과 달리, 기업들은 정년연장형 등 모든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지 입증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정년연장형도 문제 될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쟁점과 대응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도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와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지난달 26일 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에 대한 해석과 쟁점, 기업의 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뒤 고용 보장이나 정년 연장을 조건으로 임금을 감축하는 제도로, 크게 정년을 유지하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유지형’과 정년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임금을 깎는 ‘정년연장형’으로 나뉜다.

김도형 변호사는 대법원이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판단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여부 등 4가지 기준에 집중했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처럼) 정년유지형이 아니더라도 4가지 기준에 따라 임금피크제 효력을 판단할 수 있다”며 “하급심에 계류 중인 정년연장형 관련 사건의 경우에도 4가지 기준을 토대로 심리가 진행될 것이며 소송 당사자들도 이에 맞춰 변론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며 제기된 사건의 경우에도 4가지 기준이 판단 준거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이광선 변호사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무효성 여부를 다투는 소송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정년연장형이 정년유지형보다 유효하다고 인정돼야 하는 건 맞지만, 아예 문제가 없다는 것에는 의문이 있다”는 것이다.

두 변호사의 관측은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분석과는 차이점이 있다. 경총은 전날(7일) ‘임금피크제 대법원 판결 관련 대응방향’을 회원사에 배포하며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 판결은 정년유지형 중에서도 예외적인 사례이며, 정년연장형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경총 해석이다.

더 나아가 이 변호사는 한국전력거래소 직원 3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임금피크제가 합법”이라고 판단한 1심 판결을 언급, “이 같은 기존 하급심 판결에선 정년이 60세로 연장되기 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이미 은퇴했어야 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입었던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앞으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송은 2016년 60세 정년 연장 이후 임금피크제로, 대상 근로자들이 정년연장의 혜택을 입었는지 더욱 엄격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료=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업무강도 감축 등 미리 대응해야”

이 변호사는 임금피크제 소송이 제2의 통상임금 사태가 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통상임금 소송의 경우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할 수 없어 노조를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임금피크제 관련 임금청구소송은 비교적 심리적 부담감이 적은 퇴직자 및 퇴직예정자들을 중심으로 더 많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그는 기업들의 대응책으로 △근로시간 감축 △업무강도 감축 △직무급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임금 감액 이후 업무 내용을 변경했다는 입증 책임은 기업에 있다”며 “업무 강도를 조정했는지, 난이도가 낮은 직무를 부여했는지부터 감액 재원 사용처가 적절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대법원 기준에 따라 노조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노사분쟁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도 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임금피크제는 고령화에 대응하고자 필수불가결하게 도입된 제도로 고령자에게는 정년까지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고 청년에게는 더 많은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었다”며 “많은 기업인들이 제2의 통상임금, 즉 격렬한 노사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이 8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쟁점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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