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주식시장에 투자자로서 간간이 모습을 내비쳤던 연예인들이 이제는 상장회사 경영 일선에 나서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비록 경영 전반을 주도하는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사외이사로서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
◇배우 윤태영, 덱스터 사외이사로…경영참여 확산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상장 디지털시각효과(VFX) 전문업체인 덱스터(206560)는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배우 윤태영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윤태영은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낸 윤종용씨의 아들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2년 아버지와 함께 스톡이미지 전문회사인 윤익주식회사를 설립, 배우와 대표이사(CEO)직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이번에 코스닥 상장사의 이사라는 또 하나의 직함을 갖게 됐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덱스터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미스터고’ 등을 연출했던 김용화 감독이 설립한 회사로 ‘미스터고’,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비롯해 중국 ‘구층요탑’ 등의 영화 특수효과를 진행했다. 이번에 윤 이사를 선임한 것은 엔터테인먼트업종이라는 회사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윤태영씨가 배우이다 보니 아무래도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효율적인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씨 외에도 직접 회사를 차리거나 경영진으로 참여하는 연예인들은 이미 일반화되고 있다. 연예기획사를 설립해 상장까지 성공한 가수 출신 이수만(에스엠(041510))·양현석(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박진영(Jyp Ent.)부터 키이스트(054780) 최대주주인 배우 배용준이 대표 사례다. 최근에는 배우 고현정씨가 본인인 직접 세운 화장품회사 아이오케이컴퍼니를 상장사인 아이오케이(078860)(옛 포인트아이)와 합병시켜 회사 사내이사에 오르기도 했다.
◇인지도 높이려는 기용 늘어…“시너지 기대 무리”
이와 별개로 최근에는 사업을 키우기 위해 연예인을 사외이사로 기용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사외이사는 대주주와 관련이 없는 외부인사를 지칭한다. 대신 이사회 참여가 가능해 회사 경영활동에 간접의 형태로 관여하게 된다. 지분 관계가 없더라도 회사 경영을 감시하거나 조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또는 화장품업체 등에는 인지도와 신뢰성 강화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정부부처 출신 관료들이 대기업 사외이사에 배치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에는 엘아이에스(138690)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배우 김상중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사후면세점을 신규사업으로 추진하면서 판매한 헛개 추출액 ‘진간보’ 광고모델을 김상중이 맡은 것이 인연이 됐다. 이후에는 인삼·화장품을 비롯해 회사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된다.
다만 유명인들의 이사 선임과 회사 신인도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연예인들이 사외이사로 회사와 관계를 맺는다고 성장세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배우 정준호의 경우 이달 코스닥업체인 엔에스브이(095300)의 사외이사 자리에 오를 예정이었다. 이 기업은 지난해 이오에스이엔지가 최대주주로 오르면서 북경면세점사업단과 협업해 중국 베이징 면세점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내부에서 경영진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현재 면세점사업은 감감 무소식이다. 여기에 22일에는 감사의견 거절로 인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현재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이달 30일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 역시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사외이사란 본래 회사 경영을 견제하는 역할을 위해 선임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회사마다 각기 목적이 있겠지만 단순 유명인의 선임으로 경영상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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