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남북이 지난 26일 실무접촉을 통해 다음달에 차관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하면서 양측 수석대표 선정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7일 “남북이 정치체제의 차이로 인해 정확하게 동급의 협상 상대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차관급 당국회담이라도 순조롭게 성사되기 위해서는 고도의 유연성과 포용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실장은 “북한의 김양건 대남 비서는 현재 강석주의 와병으로 국제 비서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통일부장관과 외교부장관 직을 겸직하고 있다”며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가까이에서 보좌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 통일외교수석의 역할까지 맡고 있는 셈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이 통일부 장관의 상대로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는 50% 정도만 맞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조평통 서기국장 위에 대남 비서가 있기 때문에 대남 비서가 통일부 장관과 위상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대남 비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최고지도자의 대남 정책 결정을 보좌하는 것”이라며 “조평통 서기국이 남한과의 당국 간 대화를 담당하고 대남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기구이기 때문에 북한은 조평통 서기국장이 통일부 장관의 대화상대로 나서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북한 군부에서 인민무력부장의 서열이 2위 또는 3위이지만 그가 군사외교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군부 1인자인 총정치국장이 아니라 인민무력부장이 남한 및 다른 국가와의 국방장관 회담 등 대외적으로 군사외교에 나서는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우리 정부 직제 내 위상이 김양건 대남 비서가 북한에서 차지하는 위상보다는 낮고, 조평통 서기국장이 북한에서 차지하는 위상보다는 높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남북이 모두 ‘자존심’과 ‘격’을 앞세운다면 앞으로도 계속 장관급 당국회담은 개최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누가 차관급 당국회담의 수석대표로 나설 것인지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에 향후 북한이 차관급으로 내세울 인물을 우리가 ‘차관급’으로 간주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꼬집었다.
또 정 실장은 “통일부는 남북이 모두 처음부터 당국회담의 수석대표를 장관급이 아니라 차관급으로 제안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장관급에서 타결할 수 있는 것과 차관급에서 타결할 수 있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는 남북 당국의 유연성과 강력한 대화 의지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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