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면·탄산수 등 소액 절도…코로나 장발장 ‘증가세’

황병서 기자I 2022.09.14 17:00:05

비빔면·탄산수까지 훔쳐…10만원 이하 소액 절도 잇따라
61세 이상 절도범죄 피의자 최근 5년 새 50.8% 늘어나
"생계형 범죄로 빈곤 해결해야"…"안정적 노후 준비 필요"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지난 6일 서울북부지법 법정에 절도 혐의로 붙잡힌 A(78)씨가 섰다. 그는 지난 4월 11일 오후 1시 12분께 서울 동대문구의 한 의류점 매장에서 정장 상의를 몰래 가지고 간 혐의로 붙잡혔다. A씨가 손을 댄 정장 상의의 시가는 10만원.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벌금형 1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날 이 법정에 선 또 한 명의 사기·절도범 B(56)씨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해 6월 8일께 서울 강북구의 한 편의점 앞 노상의 외부 진열대에 놓인 2800원 상당의 비빔면 1묶음을 훔쳤다. 또 같은 달 14일에는 또 다른 편의점에서 1100원 상당의 탄산수 1개를 몰래 가져갔다. 탄산수를 포함해 총 10회에 걸쳐 그가 훔친 절도액은 2만6100원 남짓이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 속 경기 불황과 침체로 생활고를 못 이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코로나 장발장’이 지속되고 있다. CCTV(폐쇄회로)와 블랙박스 설치 등의 영향으로 절도 범죄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A씨와 B씨처럼 10만원 이하의 값싼 물건에 손을 대는 중년의 절도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4일 경찰청이 발간한 2021 범죄통계에 따르면 절도범죄는 2017년부터 5년간 줄어들고 있다. 2017년 18만3757건에 달했던 절도범죄는 2019년 18만6957건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이후 2020년 17만9517건, 2021년 16만6409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런데 세대별로 보면 유독 61세 이상에서 절도 범죄만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경제 위기에 내몰린 노인들이 견디다 못해 소액 절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청의 범죄통계 중 연령별 구성비 추이 자료에 따르면 61세 이상의 절도범죄 피의자는 2017년 1만6450명에서 지난해 2만4816명으로 5년 간 50.8%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19세 이하는 1만9963명에서 1만2692명으로 -36.4%, 20~30세는 2만1609명에서 1만1923명으로 -44.8%를 기록해 눈에 띄는 대조를 보였다. 이어 31~40세는 1만4171명에서 9129명으로 -35.5%, 41~50세는 1만5742명에서 1만1346명으로 -27.9%로 뒤를 이었다. 51~60세는 1만7709명에서 1만5717명으로 -11.2%를 기록해 다른 세대와 비교해 소폭 줄었다.

절도범죄자 연령별 구성비 추이(2017년~2021년). (자료=경찰청 2021범죄통계)
지난해 강도범죄로 인한 피해 정도는 100만원 이하의 피해가 17.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1000만원 이하 16.6%, 10만원 이하 7.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 범죄가 전반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증가하거나 소폭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마트에서 생필품을 훔치는 등 소액 절도나 생계형 범죄가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생계가 어려운 노인일수록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기에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곤란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확충을 강조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생계형 범죄이기 때문에 이분들의 빈곤을 해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회 구호 기관 등에서 최소한의 의식 관련된 부분들이 제공되면 생계형 범죄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 가운데 부모 집에 얹혀사는 ‘캥거루족(族)’이 늘어나는 세태 속에 스스로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60대 이상은 비교적 노후를 준비할 겨를이 다른 세대보다 부족했다”면서 “자녀의 결혼과 교육 등에 들어가는 비용에 쫓기지 말고 먼저 자신의 삶의 안정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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