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성과 국제결혼한 중국여성…알고보니[사건프리즘]

조민정 기자I 2022.05.18 15:01:25

세자녀 둔 유부녀, 돈 벌러 한국남성과 결혼 결심
중국서 이혼 불가하자 위조 신분증 사용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중대한 법 위반"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한국인 남성과 국제결혼한 중국 여성이 18년간 위조된 신분으로 살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여성은 왜 신분을 감추고 한국에 들어왔을까.

(사진=이미지투데이)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국 국적의 여성 A(67)씨는 2004년쯤 돈을 벌기 위해 대한민국에 입국하고자 결혼을 결심했다. 한국인과 국제결혼을 하면 비교적 쉽게 귀화를 신청할 수 있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수월해서다. A씨는 이미 중국인 남성과 결혼해 ‘1남 2녀’의 자녀를 둔 유부녀였지만, 이혼 절차를 밟고 한국인과 재혼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만 중국인 남편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중국에서 이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A씨는 지인을 통해 밀입국 관련 브로커를 찾아갔다. 그는 ‘이모씨’라는 가공의 인물로 신분을 세탁하고 중국 여권 및 결혼(F-2) 사증을 발급받았고, 2004년 4월 서울 동작구청에서 한국인 남성과 혼인신고를 마쳤다. 이후 2009년 5월쯤 귀화 자격조건을 충족한 A씨는 귀화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A씨는 가짜 신분증으로 구청에서 여권도 발급받아 출국하며 구청과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2017년 한차례 허위여권으로 출국했던 A씨는 2019년 3월 서울 구로구에서 여권 재발급을 신청, 여권발급 담당공무원을 속여 여권을 재발급 받았다. 두 달 후 그는 또다시 인천공항에서 출국절차를 밟으며 허위 여권으로 출입국관리 공무원을 속이고 출국심사를 받았다.

범죄사실이 드러나며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지난 11일 여권불실기재, 여권법위반, 불실기재여권행사, 출입국관리법위반 등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은 허위 신분증이 아니었으면 대한민국 입국은 물론 국적 취득도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유효한 방법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여전히 중국 국적”이라며 “귀화허가를 받은 이후부터 대한민국 국적의 ‘이씨’로 살아왔다는 A씨 주장엔 모두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서 존재하지 않는 명의로 신분을 변경해 위법한 방법으로 입국해 국가의 출입국 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를 저질러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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