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돕자며 카드사 팔 비튼 당정(종합)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정부와 여당이 카드 업계 반발에도 카드 가맹점 결제 수수료 인하를 결정했다. 거듭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결제 부문 수익은 마이너스(-)를 가리키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어려운 자영업자를 돕자는 명분을 앞세웠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 당정협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당정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연 협의에서 최대 0.3%포인트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결정했다. 연 매출 3억원 이하 사업자들의 카드 수수료율은 기존 0.8%에서 0.5%로 낮춰주기로 했다. 전체 가맹점 중 약 75%에 달하는 규모로, 금융위원회는 이들 사업체마다 연 평균 173만원 정도의 이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연 매출 3억~5억원 사업자의 수수료율은 1.3%에서 1.1%로 △5억~10억원 사업자는 1.4%에서 1.25%로 △10억~30억원 사업자 수수료는 1.6%에서 1.5%가 됐다. 이에 따라 총 96%의 가맹점이 카드 수수료 인하 효과를 누리게 됐다.

카드업계는 울상이다. 2012년부터 10년째 카드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카드사들의 적정 수수료율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카드 사용자들의 혜택도 줄었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영세 가맹점 적정 수수료율은 1.5%다.

당정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자영업자를 돕는 게 우선이란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카드 수수료 인하 이후 각 카드사들의 매출과 순익이 크게 줄었다”면서 “또 다시 `마른 수건 짜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정부 투쟁을 다짐했던 카드사 노동조합은 논평에서 “아쉽다”면서도 “논의 과정에서 제도 개선 TF 구성 및 운영 등의 방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올해 최대 실적이 결제 수수료 인하의 또 다른 명분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자영업자들의 급전 대출이 늘면서 카드사들의 카드론 자산은 올해 6월말 기준 34조 1312억원으로 1년 사이 14.6% 증가했다.

각 카드사들의 비용 절감 노력까지 더해져 주요 8개 카드사(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 비씨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 22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2.2% 증가한 액수로 지난해 순익 2조 607억원을 뛰어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