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영 엔지켐 대표 "신약 기술이전 위해 코스닥 상장"

이후섭 기자I 2018.02.21 16:59:49

내년 1분기 임상2상 종료 기대…기술이전 논의중
"하반기 윤곽 드러날 것…올해 흑자전환 기대"
"공모가 적정…욕심내지 않고 규정 감안해 결정"

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 대표(사진=엔지켐생명과학 제공)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글로벌 제약업체들과 신약 기술이전을 협상하기 위해 코스닥시장 이전 상장을 추진했다”

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183490) 대표는 2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호중구 감소증과 구강점막염, 급성방사선증후군 3가지 적응증 치료제에 대한 기술이전을 5개 글로벌 제약업체와 논의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난 1999년 설립한 엔지켐생명과학은 원료의약품을 개발·제조하는 기업이다. 녹용에서 추출한 뒤 자체 합성한 유효성물질(EC-18)을 통해 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EC-18을 활용한 총 8가지 신약 중 우선 호중구 감소증과 구강점막염, 급성방사선증후군 3가지 적응증 치료제를 오는 2020년 시판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1분기로 예상되는 임상2상 완료 시점에 맞춰 기술이전도 추진하고 있다.

손 대표는 “글로벌 제약업체들과 구체적인 기술이전 조건을 협상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코스닥 상장사라는 자격 요건을 갖추는게 유리하다”며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치료제의 판매 허가를 받으려면 cGMP급 공장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기존의 공장들은 이를 충족하지 못해 올해 오송 3공장 신축에 나서는 만큼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이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닥 이전 상장을 마친 손 대표는 글로벌 제약업체들과의 협상을 위해 이달 중 미국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신약의 임상2상을 완료하고 임상3상은 글로벌 제약업체들의 자금력과 개발력을 끌어들여 공동으로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손 대표는 “임상2상까지는 국내 업체들도 자체적으로 진행이 가능하지만 임상3상부터는 글로벌 제약업체들의 개발력 없이는 진행이 힘들다”며 “기술이전을 통해 받은 자금을 글로벌 제약업체들과 같이 연구개발(R&D)에 다시 투자해 신약을 공동 보유하면서 이를 통한 매출과 이익도 공유하는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임상3상을 진행하면서 미국 FDA로부터 조건부 판매허가를 받아 시장에 일단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최단 시간내 시장에 치료제를 선보여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지위를 갖고자 한다”며 “8가지 신약 중 일차적으로 3가지 적응증 개발을 진행한 것도 이들이 조건부 판매허가가 쉽게 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3가지 적응증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총 7조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신약개발에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을 지속해 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결손금은 454억원에 달한다. 다만 회사는 올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손 대표는 “올해 기존 사업인 원료의약품과 조영제 매출이 전년대비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 신약의 기술이전이 하반기 성사되면 올해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엔지켐생명과학은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코넥스시장에서의 주가 급등으로 공모가를 높여 다시 수요예측에 나서는 해프닝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코넥스시장 거래량이 미미해 가격 왜곡을 통한 공모가 거품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회사가 의도를 가지고 공모가를 높이지 않았으며 적정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며 “재실시한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의 신청물량 중 97% 이상이 공모가 5만 6000원 이상을 제시했으나 욕심내지 않고 5만 6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의 증권 발행 및 증시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정하는 발행가액 요건을 충족하는 하한선인 5만 6000원으로 공모가를 결정해도 애초 목표했던 자금 조달 규모를 충분히 넘어섰다는 전언이다.

손 대표는 “코넥스시장에서의 가격을 근본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상장사와 비상장사간 경계의 모호한 취급으로 인해 문제가 야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코넥스시장에서는 종목별 보유액이 10억원 이상이면 대주주 과세대상으로 분류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연말 주식을 팔았다가 연초에 다시 사들이면서 코넥스 주가가 급등한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장 규제와 코넥스 가격을 인정하지 않고 처음부터 희망 공모가를 너무 낮게 산정한 원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이날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엔지켐생명과학은 시초가 대비 2.07% 내린 8만 5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대비 52%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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