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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연극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중견 배우 기주봉(62)과 정재진(64)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12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배우 정재진을 구속하고 기주봉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기주봉은 검찰에서 영장을 청구하는 대로 이번 주 중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중순과 말에 각각 A(62)씨로부터 대마초를 공급받아 흡연한 혐의다. 두 사람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기주봉은 소변에서, 정재진은 모발 검사에서 각각 대마초 흡연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에 기주봉 소속사 씨앤코이앤에스 관계자는 “기사를 통해 접하게 됐다. 배우와 통화해보니, A씨가 지인은 맞지만 기사와 달리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 수사 진행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배우 정재진 씨(64)는 지난 2009년 연예인 등 연예계 관계자 다수가 연루된 ‘연예계 대마초 사건’이 터졌을 때도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정재진 배우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갤러리 화장실에서 인터넷 방송국 대표 박모 씨와 함께 대마초를 피우는 등 수차례에 걸쳐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그는 KBS의 출연규제 연예인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8년 뒤 정재진 배우는 또 다시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됐다.
두 사람은 대학로 베테랑 연극 배우다. 서라벌예술대학을 졸업한 기주봉은 1977년 극단 76의 창립단원으로 데뷔했다. 연극연출가 기국서의 친동생이기도 한 그는 ‘관객모독’ ‘햄릿시리즈’ ‘미친리어’ ‘세일즈맨의 죽음’ 등 연극 무대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1979년 이장호 감독의 ‘어둠 속의 자식들’로 영화에 입문한 이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공공의 적’ ‘번지점프를 하다’ 등 인기작품들에 잇달아 출연했다.
최근에도 영화 ‘차이나타운’ ‘오피스’ ‘간신’ 등에서 활발히 활동했으며 드라마 ‘운빨로맨스’, ‘프로듀사’, ‘초인시대’ 등을 통해서도 인지도를 넓혔다. 지난해 초에는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고 김지숙·이용녀·고인배 등 1980~1990년대 대학로를 주름잡던 중견 연극인들이 출연한 연극 ‘바냐 아저씨’에서 바냐 역을 맡아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정재진은 대학로극장 전 대표이기도 하다. 대학로극장은 28년간 한 자리를 지켜오다 대학로 상권의 임대료가 치솟는 등 극장 경영난으로 2015년 봄 대학로를 떠나 그해 7월 충북 단양 만종리에 새 터전을 잡았다. 만종리 대학로극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현재 허창수 PD가 극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대립군’을 통해서도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연출가 고선웅이 국립극단과 두 번째로 협업한 연극 ‘한국인의 초상’에 이어 ‘산허구리’에서도 잇달아 출연했다.
두 사람은 대학로극장 폐관 직전인 2015년 3월까지 연극 ‘관객모독’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췄다. ‘관객모독’은 기주봉의 형 기국서 연극연출가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극단 76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다. 1978년 국내 초연했으며 배우가 객석에 욕을 하거나 물 세례를 퍼붓는 등 기존 연극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려 반(反)연극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