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원다연 기자] 서울시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역세권 2030청년주택 공급정책이 청년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는커녕 지가(地價)를 올려 건물주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16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지원에 관한 조례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역세권 2030청년주택 공급정책은 지난 3월 2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밝힌 청년층 주거난 해결책으로서 3년 동안 한시적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역세권 일대의 규제 완화를 통해 대량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날 공청회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조례 제정에 앞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쟁점은 2030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정책이 과연 청년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느냐에 맞춰졌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권순형 박사는 “이 정책을 통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의 85%가 임대료의 제한을 받지 않는 준공공임대주택이고 임대료의 상한이 정해지는 공공임대주택은 15%에 불과하다”며 “이는 결국 정책의 대상이 되는 대다수 청년들은 제외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현재 역세권에 있는 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 30만원 정도로 나왔다”고 반박했다.
2030청년주택 공급정책이 용적률 상향, 용도지역 상향 등 과도한 개발혜택을 제공해 지가를 상승시키고 결국 임대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장은 서면으로 제출한 의견서에서 “시범대상인 충정로역 인근 23.751ha 토지를 대상으로 땅값 상승률을 추정해본 결과 현재 3종 주거지역의 1㎡당 매매가가 1300만원이지만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되면 2000만원으로 상승했다”며 “이는 주변 땅값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거품조장액은 수백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같은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역세권2030 청년주택이 현 상황에서 도출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이정형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높은 주거비 부담에 자꾸 외곽으로 밀리는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공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그런데 공공의 재원만으로는 어려운 상황에서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병근 건국대학교 교수는 “사전 타당성조사를 하고 전문가 풀을 이용해 사업의 공공성, 기여도 등을 분석한 후 다음 프로세스를 밟도록 해 주택정책 전반에 대한 행정의 참여가 보장되고 있다”며 오히려 자본의 참여방안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의원들 역시 현 정책으로는 청년주택 공급이라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미경 새누리당 시의원은 “청년들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 정책의 당위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특히 공급량의 85%를 차지하는 준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임대료가 과도하게 높을 수 있고 의무임대기간인 8년이 끝나면 한꺼번에 분양전환되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 국장은 “준공공임대주택의 초기임대료를 반드시 시와 협의해서 정하도록 할 것”이라며 “준공공임대주택 역시 8년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후, 분양전환을 택하기보다는 임대수익을 원하는 건물주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용도지역 상향, 주차장 규제 완화 등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서 난개발, 주차난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준희(관악구)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준공공임대주택의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후 주차장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며 “한때 주차장 설치 규제 완화를 해줬더니 주차난이 발생하며 사무실 공실이 많아지는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과거 역세권 시프트(장기전세주택) 사례를 참고해 주변의 상업이나 준주거지역이 있을 경우에만 용도지역 상향을 해 도시계획적 정합성을 지키기로 했다”며 “주차장 완화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 적용하고 준공공임대주택은 주차장 완화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경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은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한가지 일치하는 의견은 보완되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며 “특정지역에 각종 특례를 집중한다면 역세권 특성과 무관하게 주택지로 변모돼 미래 역세권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도시개발을 왜곡할 수도 있어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조례안은 오는 21일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 상정·심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