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성기 최정희 기자] 정부가 14일 발표한 ‘여신(주택담보대출)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 금리 인상을 앞두고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면서도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또 적용 대상에서 집단대출을 예외로 두고 시행 시기를 다소 늦춘 데 대해서는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을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였다.
특히 ‘고삐 풀린’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주담대를 제외한 비은행권, 신용대출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미 금리 인상이 당장 코앞으로 닥친 상황에서 주담대를 받는 고객의 이자 부담이 더욱 증가할 우려가 있어 금리 인상 시에도 감당할 수 있도록 하겠는 구상이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행 예고까지 한 상황에서 더 미루다간 (가계부채 문제를)방관했다는 책임 소재가 불거질 수 있다”며 “객관적인 소득 증빙 자료를 통해 상환능력을 평가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집단대출 등 적용 예외 조항에 대한 우려도 쏟아졌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대출심사가 느슨한 분양 중도금 집단대출은 최근 분양물량 급증과 함께 예년보다 3~4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가계부채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담대의 상당 부분은 사실 서민들의 긴급생활자금용인데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기보다 부동산 경착륙을 우려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근본적인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서는 앞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우려한 것은 이해하지만 추이를 지켜본 뒤 분할상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며 “현재 대책으로 안심하기엔 충분치 않아 집단대출도 분할상환토록 하는 등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작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이 주담대가 아닌 다른 부분의 대출에서 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권의 대출 증가세는 이미 정점을 찍었고 증가 속도도 다소 둔화한 상태”라며 “주담대는 고정금리 분할상환으로 유도하면 나아지는데 변동금리인 신용대출 부분에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신용대출의 경우) 금리 자체가 주담대 보다 높고 비은행권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앞으로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신용대출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