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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오전8시반께 김창룡 청장이 사의를 전격 표명했다. 이어 김 청장은 이 장관 브리핑 후인 정오께 ‘사의 표명 입장문’을 통해 “현시점에서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행안부 자문위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경찰법 체계가 중립성과 민주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을 이뤘다”며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은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의견수렴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계속 강조해왔다”고 행안부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 때문에 김 청장의 사의 표명은 정부를 향한 항명성 제스처란 해석이 나온다. 김 청장은 지난 21일 권고안 발표 후 용퇴론까지 나오는 등 내부 반발이 격화되자 이 장관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 지난 주말엔 이 장관과 100여분간 전화 통화하면서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의견을 교환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이 때문에 다음달 23일 임기 종료를 한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사퇴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고 질책한 지난주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와 관해선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사표가 제출되면 수리할지 반려할지 정하겠다고 했다.
김 청장 사의표명과 별도로 경찰 내부는 격앙된 반응이다. 전국 각지의 경찰 직장협의회(직협)은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대 성명을 내고, 관내 경찰서에 경찰국 반대 플래카드를 걸었다. ‘전국현장 경찰관 일동’이라고 밝힌 경찰관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중립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안부 경찰국 부활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며 “경찰 견제가 필요하다면 국가 경찰위원회 실질화 등 민주적인 통제 방법을 강구하고, 경찰청장을 장관으로 격상해 독립성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일선에선 ‘근조리본을 달자’는 등의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경찰 자체적인 힘으로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등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노조 설립은 물론 파업, 태업 등 물리적 실력행사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최근 인선된 치안감을 포함해 지난주 시작된 인선 작업이 시작된 후임 청장 등 지휘부는 정권과 코드맞추기를 할 가능성이 커, 행안부에 ‘대항’할 동력이 낮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경찰 측에선 1인 시위, 플래카드 시위 등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여론전과 함께 국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찰 통제 방안의 마지막 퍼즐인 행안부 장관의 경찰 감찰 및 징계권 강화를 위해선 입법 작업이 필요한 데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경찰국 신설 추진 시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어서다.
경찰 한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힘이 있는 정권 초기에 ‘경찰 길들이기’를 추진하겠다고 하니 독립성·중립성을 아무리 외쳐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수당인 민주당이 힘을 발휘할지 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