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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정권에 떠넘긴 민간위탁 정규직화 갈등…"조율할 집행기관 세워야"

최정훈 기자I 2021.11.09 16:31:30

文정부 무리한 공공 정규직화에 차기정권까지 갈등 지속
기관마다 비슷한 업무해도 신분·처우 제각각…불만 고조
고용부 "민간위탁 정규직화 개별 기관이 알아서" 뒷짐만
전문가 "차기정권서 집행력 있는 갈등조율 기관 마련해야"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문재인 정부는 결국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 문제를 차기 정권에 떠넘기게 됐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례처럼 민간위탁 소속 근로자의 정규직화는 명확한 기준과 원칙도 없어 갈등 양상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7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13개 단체 관계자들이 건보공단의 ‘직접 고용’과 ‘정규직 전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거세질 비정규직 갈등을 조율하기 위한 집행 능력을 갖춘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리한 공공부문 정규직화에 차기 정권까지 갈등 이어져

9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공공기관의 민간위탁 사무에 대해 정규직화하지 않고 민간위탁을 유지하기로 한 공공기관이 45곳에 달했다. 반면 직고용을 결정한 공공기관은 7곳에 그쳤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부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에 2017년 7월부터 직고용과 자회사 설립 후 고용 등 정규직 전환 1~2단계를 추진하면서 지난해까지 19만 2698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부가 목표한 20만4935명 중 94%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3단계에 들어서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3단계는 민간위탁 기관 소속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다. 정부는 민간위탁 기관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선 전환 여부를 개별 기관이 자율적으로 검토해서 정하도록 했다. 민간위탁 사무의 특성상 정규직 전환 방안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구속력 있는 지침을 시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2단계 전환 대상이었던 파견·용역업무와 3단계인 민간위탁 사무와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사회적 논란이 되는 등 심층 논의가 필요한 사무의 경우에는 반드시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기구 구성 후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친 뒤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심층 논의가 필요한 사무로는 △콜센터 △전산유지보수 △생활폐기물수집·운반 △수도 및 댐 점검·정비가 선정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민간위탁 관련 4개 사무에 대해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민간위탁을 유지할지 직고용할지 결정한 뒤 고용부의 비정규직TF에 보고만 하면 된다”며 “비정규직TF에선 공공기관이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 전문가 참여한 협의기구 설치나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적절성 등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만 살핀다”고 설명했다.

“정규직화 갈등 조율할 집행력 있는 기관 마련해야”

즉, 민간위탁 사무의 정규직화에 대해선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결국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이 결국 공공기관 민간위탁 근로자 정규직화 둘러싼 갈등의 씨앗이 됐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마다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도 신분이나 임금 등 처우가 제각각인 형태가 될 명분이 됐기 때문이다.

자료=김웅 의원실 제공


실제로 한국도로공사는 비정규직이던 요금수납원 6500명을 정규직화하면서 자회사 방식과 직고용 방식 사이에서 노사가 대립하던 중 먼저 타협안을 받아들인 5100명은 자회사, 끝까지 거부한 1400명은 본사 정규직화하는 형태가 특이한 형태를 만들었다. 건보공단도 1600여명의 콜센터 직원을 직고용하면서 기존 정규직 노조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소속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특히 공공기관 정규직화 갈등은 차기 정권에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천국제공항 갈등 사태나 건보공단 갈등 사태의 반복을 막기 위해선 차기 정권에 집행력을 가지고 정규직화 갈등을 조율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과 객원교수는 “비슷한 공공기관의 똑같은 콜센터 직원인데 임금이 두 배 차이가 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결국 정규직화를 무리하게 확장적으로 추진하면서 근로자를 설득할 공정하고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갈등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차기 정권에서도 정규직화 갈등을 대비한 공약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공부문만이라도 비정규직 임금시장의 임금 표준화와 직무 표준화를 권위 있게 정해줄 수 있는 집행력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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