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새로 공개한 신제품 4종 중 3가지가 최상위 모델이 아닌 중저가 모델이다. 경기 침체와 스마트 기기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 등을 고려해 애플도 태세를 전환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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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빠진 신제품 공개행사, 보급형 애플워치와 아이패드 ‘눈길’
애플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본사에서 온라인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애플워치와 아이패드 신제품을 공개했다. 9월 둘째주 화요일은 애플이 ‘특별 행사’를 열고 아이폰 신작을 공개하는 날이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아이폰12’(가칭) 출시가 지연되면서 공개도 미뤄졌다.
아이폰이 빠진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혈중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을 새롭게 탑재한 ‘애플워치6’였지만, 애플의 첫 보급형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SE’와 중저가 아이패드 2종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애플워치SE는 일단 겉으로 보기엔 애플워치6와 큰 차이가 없다.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 기능을 제외한 대부분의 핵심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애플워치6와 동일한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와 상시감지형 고도계를 탑재하고, 최신 동작감지 센서와 마이크를 장착했다. 가격은 애플워치6에 비해 18만원 저렴한 30만원대다.
‘아이패드 에어4’(77만9000원)의 경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최상위 ‘아이패드 프로’ 제품과 비슷해진 외관이다. 디스플레이는 전작에 비해 0.4인치 커진 10.9인치이며, 홈버튼이 사라지고 터치ID 센서는 상단 버튼에 통합됐다. 애플의 최신 칩인 ‘A14 바이오닉’이 탑재돼 중앙처리장치(CPU) 기능이 40% 가량 향상됐다.
8세대 아이패드(44만9000원)는 애플의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비율) 모델로 유명한 아이패드 시리즈 신작이다. ‘A12 바이오닉’ 칩을 탑재해 전작에 비해 CPU 성능이 40% 빨라지고 그래픽 성능은 2배 증가했으며, 아이패드 모델로는 최초로 뉴럴 엔진이 탑재했다. 가격은 전작과 그대로여서 엔트리급 모델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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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SE이어 중저가 모델 잇따라 출시…“집토끼는 기본 산토끼도 잡겠다”
애플은 올해 상반기에도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SE’를 출시했다. 애플이 보급형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은 4년만에 처음으로 399달러(국내 55만원)부터 시작하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흥행과 실적 모두 좋은 성과를 거뒀다.
아이폰SE의 성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서도 애플이 좋은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1등 공신으로 꼽힐 정도다.
아이폰SE는 기존 애플 고객 중에서도 ‘아이폰8’ 이전 구형 모델 사용자들과 실속형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이탈을 막으면서 높은 가격대나 사양 등으로 망설이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출시된 애플워치SE와 아이패드 에어4, 아이패드도 비슷한 역활을 할 전망이다. 애플에 부족한 중간 가격대 이하의 제품군을 강화함으로써 기존 사용자에게도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신규 고객도 유입시키겠다는 것이다.
애플워치의 경우 기존에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을 사용자 중 가격 등의 이유로 애플워치를 구매하지 않았던 소비자는 물론, 어린이나 노년층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 애플이 애플워치SE와 함께 보호자의 아이폰에 여러대의 애플워치를 연동시켜 사용할 수 있는 ‘가족관리’ 기능을 소개하고 있는 것만봐도 이같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태블릿 2종은 최근 원격근무, 동영상 강의 등으로 증가하는 태블릿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상반기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는 100만원이 넘는 가격대로 태블릿 입문자나 가볍게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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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원’도 가을부터 본격 출시…콘텐츠 강화 행보 지속
애플은 이날 서비스 패키지 상품인 ‘애플원’을 발표하면서 콘텐츠 서비스 강화 행보도 이어갔다. 수익원 다변화와 생태계 강화를 위해 애플이 최근 몇 년간 공을 들이고 있는 부문이다.
애플원은 따로 구독해야 했던 아이클라우드, 애플뮤직, 애플TV 플러스(+), 애플 아케이드, 애플 뉴스+, 애플 피트니스+ 등 애플의 6대 서비스를 패키지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각 서비스를 따로 이용할 때와 비교하면 최대 월 25달러(약 3만원) 저렴하며, 올 가을 본격 출시된다.
애플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게임, 동영상, 건강관리 등 콘텐츠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이며, 신기술인 증강현실(AR)과 가상형실(VR) 분야에도 상당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