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개소세 할인, BMW의 20%에 육박하는 할인 프로모션도 판매량 상승의 일등공신이다. 6월에는 BMW뿐 아니라 벤츠도 파격 할인을 내걸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차 강세는 여전하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굳건한 1위를 지킨다. 2위 BMW와 격차가 점점 커진다. 이어 아우디, 폭스바겐이 뒤를 잇는다. 베스트셀링 모델 역시 1위부터 3위까지 전부 독일산이다.
럭셔리 브랜드로 월 판매량이 10대를 채 넘지 못했던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벤틀리도 각각 31대, 17대, 15대씩 팔았다. SUV를 출시해 진입장벽을 낮춘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재규어는 지난 몇 년간 판매량이 급락한다. SUV와 전기차로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 흐름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재규어는 2018년 3701대에서 2019년 2484대로 하락했다. 올해는 1천대 돌파도 힘겨워 보인다. 1~5월까지 판매된 재규어는 고작 347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753대)과 2018년 동기(1905대)과 비교하면 매년 반토막이 났다.
재규어는 위기 타개를 위해 하반기 콤팩트 세단 XE와 스포츠카 F-타입 부분변경 출시를 준비 중이다. 문제는 볼륨 모델이 아니다. 길고 긴 침체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제대로 된 한 방이 필요하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와 같은 독일산 수입 세단이 사정권이다. 품질이나 완성도, 패키징에서 한 수 위다. 재규어 부진의 이유는 명확하다.
랜드로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보크, 디스커버리 스포츠 부분변경을 선보이며 상승세를 타는 듯 했다. 이내 힘이 빠졌다. 경쟁 모델이 늘어나서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SUV 신차를 출시한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최근 판매 하락에 대해 “물량 부족 때문”이라고 밝힌다. “하반기 신차 출시로 분위기 반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위기는 비단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를 감안하더라도 낙폭이 크다. 재규어랜드로버의 본사 경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영국 정부에 10억 파운드(한화 약 1조5285억원) 이상의 대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재규어랜드로버의 위기는 비단 코로나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ACES(Autonomous-자율주행, Connectivity-연결, Electrification-전기, Sharing)으로 대변되는 미래 자동차 시대에 대응이 늦었다. 준비가 늦었던 만큼 철저하고 세밀한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